신세계그룹 출범 후 첫 회장 승진… ‘모든 것이 변했다’신상필벌 인사부터 계열사 합병, 계열산 간 합병까지 전례 없는 위기감 속 회장 취임… 3세 체제 평가잣대로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 3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지난 3월 8월 이뤄진 정 회장의 승진은 신세계그룹 역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사건이었다.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한 이후 사실상 첫 회장직의 승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과 이후 100일의 과정은 다른 재계 오너의 승계와는 크게 달랐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통상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승계가 이뤄지는 다른 재계 오너들과 달리 정 회장의 취임 시점은 그룹의 위기감이 가장 고조되던 때였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100일은 그야말로 신세계그룹의 급격한 변화와 궤를 함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신세계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동안 부회장으로서 경영에 현안을 챙겨왔지만 회장 승진 이후에는 역할과 추진력이 크게 달라졌다. 

    ◆과감한 추진력… 변화는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

    최근 100일 동안 신세계그룹의 변화는 두 손으로도 꼽기 어려울 정도다. 

    대표적인 것이 인사전략의 전환이다. 정 회장은 회장 선임 직후 평가보상제도 개편을 추진, ‘신상필벌’을 강화했다. 과거에도 수시로 이뤄졌던 임원진의 인사를 대표이사 영역까지 확대해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선 것. 실제 지난 4월에는 신세계건설의 대표이사가 경질되는 사상 강도 높은 인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배구조 측면의 변화도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 이마트는 슈퍼마켓 자회사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오는 7월 합병을 진행한다. 장기적으로는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와의 합병도 추진될 전망이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부실을 냈던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이 과정에 이마트가 지금보충약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영랑호리조트의 흡수합병, 레저사업부문의 영업양수도도 이뤄졌다. 

    그룹 전반의 리스크로 떠오르던 SSG닷컴의 풋옵션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됐다. 지난 2018년 SSG닷컴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가 1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하는 대신 연말까지 SSG닷컴의 지분 30%를 제3자에게 매도하기로 한 것. 이와 별개로 신세계그룹과 사촌 기업인 CJ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SSG닷컴의 물류 기능을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협력도 체결됐다.

    이런 변화의 성과는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거뒀던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2067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 245% 증가한 수치다. 
  •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 다른 오너들과는 다른 3세 승진… 위기극복형 리더로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정 회장이 있다. 다른 오너 3세가 경영승계 전후로 조직의 반발을 고려해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여기에는 그만큼 정 회장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그는 유통업계에서 ‘셀럽’으로 통했다. 스스로 야구팬과 직접 대화하며 ‘용진이형’을 자처했을 정도. SNS에서 그가 먹고 즐기는 상품은 단번에 히트상품이 됐고 매번 SSG렌더스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은 스포츠 펜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친숙한 오너를 자처한 만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정 회장은 SNS를 만류하는 임원들의 요청에도 단호하게 거절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그가 회장 승진 이후 SNS를 단번에 끊었다. 그가 강한 애정을 보이던 SSG렌드스 경기도 일체 방문하지 않았을 정도. 회장으로서 외부에 노출되는 메시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의 비장함의 배경에는 그룹 회장 승진이 주는 무게감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의 회장 승진부터 다른 재계 그룹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원만한 경영 승계를 위해 기업이 가장 안정화될 때, 성과를 앞두고 오너3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위기감이 가장 고조되던 때 정 회장의 승진이 이뤄졌다. 정기인사로부터 거의 반년이 지난 상황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에서 위기 상황에 오너 3~4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있을 수 없던 일”이라며 “위기 극복 과정에서 내부의 원망이 오너에게 쏠릴 수 있고 경영성과가 자칫 경영승계의 당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위기 극복 과정이 정 회장 리더십을 새로 정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셀럽’으로 거론되던 오너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한 리더십의 주역이 될 수 있느냐의 기로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위기이자 또 기회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침체로 유통업계 전반의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의 3세 체제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