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미국 출장AI 등 미래사업 방점빅테크들과 네트워킹 구축"美 중요성 재확인… 불확실성 돌파"
-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고금리로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 확대가 예상되면서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직접 해외로 나가 사업 현장을 챙기고 글로벌 주요 고객사 경영진을 연달아 만나 네트워킹을 쌓는 등 현장 강행군을 펼치는 모습이다.24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테네시주, 실리콘밸리 등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살피고 신사업 현황을 살폈다.먼저 테네시주에서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을 방문해 시장·고객 트렌드, 통상정책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래사업 준비 현황을 챙겼다.특히 구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AI 스타트업을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피는 시간도 가졌다. AI 반도체 설계업체인 텐스토렌트 짐 켈러 CEO와 만나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을 논의했으며, 피규어 AI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과도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도 파악했다.LG 측은 “구 회장이 이번 현장 경영에서 LG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까지 찾아 AI 생태계 전반을 살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며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8월 북미 방문에서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벡터(Vector) 연구소’와 ‘자나두(Xanadu) 연구소’를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핀 바 있다.앞서 22일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다음 달 초까지 미국에 머물며 빅테크와 파트너사를 만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두 달 만에 다시 미국을 찾을 만큼 반도체와 AI에 힘을 싣고 있다.앞서 그는 지난 4월 말에도 미국을 방문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났으며, 이달 6일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신임 회장과 만나 “인류에 도움되는 AI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최태원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주요 빅테크와 AI 메모리 관련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하는 지역 또한 빅테크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 국한하지 않고, 현지 파트너사들이 있는 미국 여러 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물론 AMD, 인텔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과의 만남도 예상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이달 초 지난해에 이어 1년여 만에 장기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AI와 반도체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동부에서 버라이즌 CEO와의 회동 등 일정을 소화한 뒤 서부로 날아가 글로벌 IT 산업을 주도하는 메타, 아마존, 퀄컴 등 IT‧AI‧반도체 분야의 빅테크 기업 CEO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졌다.특히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는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는 내달 갤럭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팔로알토 자택에 초대받아 긴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조만간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0월 미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을 앞두고 있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높다는 관측이다. 정의선 회장은 2022년 10월 HMGMA 기공식에 이어, 작년 9월에도 조지아주를 방문해 직접 현장을 점검한 바 있다.재계 총수들이 앞다퉈 현장 행보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커지는 경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현재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지정학 리스크 심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있다. 이에 그룹 총수가 직접 해외 사업현장과 신사업을 살피고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를 쌓아 돌파구를 찾으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장 경영에 집중하는 것”이라면서 “미중 패권 경쟁에 따라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재확인되면서 이들의 미국 방문도 지속 이어질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