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살리려면 의정 모두 한걸음 양보해야허리띠 졸라매도 새병원 건립은 포기 못해 무너진 지역의료 되살리기 위한 방법
  • ▲ 정신 전남대병원장. ⓒ전남대병원
    ▲ 정신 전남대병원장. ⓒ전남대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비상진료 체제로 대응하고 있지만 작년 동기 대비 누적손실액이 약 631억원에 이르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하반기부터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그럼에도 새병원 건립은 추진돼야 한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신 병원장은 지난 1월 29일 제34대 전남대병원장으로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그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가 있었고 작금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 병원장은 "정부와 의사간에 신뢰가 깨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강대강의 대치 국면으로 국민과 환자들이 피해보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이제 비상진료체제로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필수의료는 어떻게 하든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집단휴진에 따른 외래진료와 수술 일정이 미루어지면 연쇄적인 파탄이 예상된다. 의정갈등은 흡사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과 환자들을 생각해 양측 모두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래의료를 위한 상설 대화체가 조속히 마련돼야 하며 정부도 의료계도 한걸음 물러서는 게 환자를 위한 '진정한 용기'라고 강조했다.

    ◆ 상황은 힘들어도 새병원 건립 사활 

    여러 상황이 힘들게 돌아가고 있지만 전남대병원 새병원 건립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필수과제이기 때문이다. 

    정 병원장은 "전남은 서울은 물론 광주까지 오려고 해도 수 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도 많아 거리적으로도 의료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심뇌혈관질환, 소아, 중증외상, 응급환자 등 골든타임이 필요한 질환군은 지역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남대병원은 광주와 전남지역은 물론 전북 및 도서 벽지까지 아우르는 서남권 중심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에도 우수한 의료진의 역량이 뒷받침 되고 있는 만큼 현대적인 시설만 갖춰진다면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질환군별 의료시스템이 표준화됐고 대부분의 질환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똑같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지역암센터 사업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암특성화 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의 지역 암환자 치료 또한 이를 뒷받침 한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중요한 전남대병원 새병원 건립사업은 지난 2022년 12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해 현재까지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예타를 통과하면 새병원은 2단계에 걸쳐 신축해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1단계로 동관 건물을 2030년까지 완공한 후, 2단계로 서관 건물을 2034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정 병원장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일정을 당겨서 조기완공하고 싶다"며 "정부가 앞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힌 지역의료발전기금 등을 통해 지역거점병원 인프라 개선 및 지역 특성을 반영해 장기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재정지원을 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