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는 미 증시…코스피·코스닥 전고점 돌파는 '글쎄'뚜렷한 주도주 없는 증시…난이도 갈수록 높아져금투세 여야 대치 평행선…연말 투매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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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국내 증시는 좀처럼 지붕을 뚫지 못하고 있다. 뚜렷한 주도주 없이 테마별로 수급이 들쭉날쭉하면서 국내 증시 투자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금융투자소득세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코스피는 7.6% 상승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입어 2년 5개월여 만에 2800선을 돌파했지만 심리적 전고점인 3000선까지는 요원한 모습이다.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12월이 마지막이다.

    코스닥 사정은 더 녹록치 않다.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0.8% 감소했다. 800선 중반 박스권 등락을 지속하며 역사적 고점인 2021년 8월 1060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코스닥 시장의 상장주식 회전율은 30.20%로, 2017년 10월(29.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7922억원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초 기준 105종목(6.3%)이던 1000원 미만 동전주는 지난 8일 기준 144종목(8.7%)으로 늘었다.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금리 변화에 민감한 중소형 성장주들이 포진한 코스닥 시장으로 유동성이 돌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 들어 지난 8일(현지시각) 기준 16.8%, 나스닥 지수는 22.6% 급등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최근 국내 증시의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데다 글로벌 증시와도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고 있고, 각종 테마에 엮인 업종 순환매 장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분석이다.

    대형 증권사 한 지점장은 "정말 시장 난이도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면서 "지난해처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부재한데다 수급이 붙었나보면 또 금세 빠져나가 PB들도 쉽지 않은 장세"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국내 증시가 좀처럼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한다.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월과 2월 코스닥 시장에서 매달 1조원 넘게 사들이던 개인투자자들은 5월 들어 1204억원어치 순매도 전환했다. 6월에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5970억원에 그치며 매수세에 힘이 빠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자금은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기준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912억3459만달러로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에서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코스닥 약세 현상"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시 조세 회피 목적의 단타 매매 증가 또는 해외 투자 이동 등과 같은 세법과 관련된 이슈, 바이오 등 금리 변화에 민감한 성장주가 많이 포진된 코스닥 특성, 7월 대형주 실적시즌에 따른 중소형주에서의 수급 이탈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선 금투세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 초 원안대로 시행되기에는 원천징수 등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면 이제는 국내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해외주식, 펀드 모든 자산에 대해 연내 매도와 환매가 대거 일어날 우려까지 나온다. 이는 그동안 누적돼온 양도차익을 모두 현금화해야 내년 과세 규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활황과 시장금리 진정으로 국내외 주식·펀드가 대부분 수익권인 만큼 개인 보유 펀드 중 연말정산 인적공제를 받는 가족구성원 펀드, 수익이 250만원이 넘는 채권이나 해외주식 펀드는 모두 환매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투세 시행이 가까워지는 연말 본격적으로 시장에 환매 대응 성격 매도 등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금투세의 문제점은 지난 3일 이복현 원장과 16개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증권사 CEO들은 금투세가 내년 1월 원안 시행되기에는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점과 준비 부족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원천징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투세는 반기마다 원천징수 방식으로 일단 걷어간 뒤 투자자가 세무서에 신고를 해 환급받는 방식이다. 이렇게 원천징수로 일단 세금을 떼가니 환급 받을 때까지의 기간 사이 돈이 비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돌려 받을 때도 신고를 해야 하니 번거롭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연말 손익 통산에 따라 일일이 확정신고를 해야 해 불편함을 느끼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주식시장은 20년 이상 박스피와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금투세 불확실성 트라우마 증세를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예산 법안과 맞물려 연말 무렵에 가서야 최종 시행 또는 폐지와 재차 유예의 세 가지 방안 중 하나가 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며 "그때까지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