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신약개발 영역 융합할 리더십 필요융합인재와 AI모델 학습시킬 빅데이터도 중요AI신약융합연구원이 콘트롤타워 역할도 일부 수행할 것
  • ▲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최영찬 기자
    ▲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 ⓒ최영찬 기자
    내달 2일부터 유럽에서 AI(인공지능) 규제법이 시행될 정도로 AI는 일상은 물론, 산업계에서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신약개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에서 AI를 활용해 신약개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올 1월 AI신약융합연구원을 출범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AI 신약개발 역량 제고에 나서고 있다.

    AI와 신약개발 영역 양쪽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로 평가받는 표준희 AI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국내 AI 신약개발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표 부원장은 국내 AI 기술 자체의 수준은 높지만 이를 신약개발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역량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고 진단했다.

    홍콩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은 AI 플랫폼 '파마'를 활용해 46일만에 발굴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INS018-055'의 임상 2상 시험을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진행 중이다.

    다른 미국 AI 신약개발 기업 리커전도 AI 신약개발 플랫폼 '리커젼OS'로 희귀질환인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 치료제 후보물질 'REC-4881'을 발굴한 뒤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I를 활용해 도출한 'PHI-101'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며 AI 신약개발에서 가장 앞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 AI를 적용하면 신약개발 기간과 R&D(연구개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12대 제약사 기준 신약개발 완료까지 통상 10~12년이 소요되고 R&D 비용은 21억6800만달러(3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AI를 활용하면 기간은 6~9년, 비용은 약 6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표 부원장은 "신약을 개발하는 사람과 AI를 하는 사람이 협업을 해야 하는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여기에 글로벌 빅파마는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AI 신약개발에 있어 산적한 다양한 도전과제나 문제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 지난 1월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AI신약융합연구원 개원식이 진행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 지난 1월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AI신약융합연구원 개원식이 진행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그러면서 리더십, 융합인재, 빅데이터를 AI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3요소로 꼽았다.

    표 부원장은 "AI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데 대해 엄청난 기대감이 형성됐지만 AI가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면서 "AI개발자, 데이터 보유자, 신약개발자 등 여러 생태계 구성원들 간 협업이 필요한데 현장에서 AI와 신약개발 두 영역을 융합해 성과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임상시험 디자인을 수립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신약 후보물질 발굴뿐만 아니라 R&D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사람도 AI 기술을 알아야 하고 AI 기술자도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융합인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융합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 육성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AI신약융합연구원은 AI 신약개발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한 융합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도전 LAIDD, AI 신약개발 멘토링 프로젝트'를 개설해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AI를 활용 중이거나 직무전환을 고려 중인 제약바이오기업 재직자 ▲AI 신약개발을 학습하고 싶은 AI 개발자 ▲AI 신약개발 관련 대학생·대학원생·취업준비생 등이 대상이며 총 50명을 선발해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역량강화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표 부원장은 "국내외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다 보면 외부 인재를 영입해 같이 일할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면서 "컴퓨터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 예후를 예측하는 의료AI 관련 전문가들과도 협력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표 부원장은 신약개발에 활용할 AI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내 '빅5' 병원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손꼽힐 정도의 방대한 환자진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과 협력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기업과 협력하며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데이터 접근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의료기관과 협력해 AI신약개발에 필요한 데이터의 사용 활성화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부원장은 국내에 AI 신약개발과 관련한 콘트롤타워는 없지만 AI신약융합연구원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기관인 만큼 총 295개의 제약바이오 분야 회원사에 대한 네트워크가 있다"면서 "AI 신약개발 협의체를 구성해 제약사와 소통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표 부원장은 2005년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석사, 울산대 의과대학 의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통계 분석과 바이오마커(생체표지) 예측, 임상유전학 데이터 분석, 신약 파이프라인 분석 및 개발, 임상 시뮬레이션 분야 전문가인 동시에 글로벌 제약사와 컨설팅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아 AI와 신약개발 메커니즘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