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스마트 솔루션' 진화 핵심반도체·바이오·식음료 산업군으로 확대66년 축적 데이터 강점… AI·DX로 차별화"제조 여정 전체 종합 솔루션 제공"
  • ▲ 창원 소재 LG전자 스마트파크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는 모습.ⓒLG전자
    ▲ 창원 소재 LG전자 스마트파크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는 모습.ⓒLG전자
    LG전자가 2030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에서만 조단위 매출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66년간 축적해 온 제조·생산 데이터와 노하우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 스마트팩토리 분야의 기업간 거래(B2B)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B2B 사업과 맞닿아 있는 만큼 LG전자의 ‘2030 미래비전’ 달성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내는 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매출액 기준이다. 반도체, 제약·바이오, 식음료(F&B) 등 스마트팩토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적극 진입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앞서 올해 초 생산기술원 내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을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 사업에 본격 뛰어든 바 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LG전자의 생산기술원이 그간 진행해 온 생산 컨설팅, 공법·장비 및 생산운영시스템 개발, 생산기술 인력 육성 등의 스마트팩토리 노하우와 기술력을 외부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장세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생산기술원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공급 규모는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업체에 공급되는 솔루션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다. 주요 고객사로는 이차전지 제조업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이 포함됐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의 순항 비결로는 66년간의 방대한 제조 데이터와 노하우가 꼽힌다. 회사에 따르면 LG전자가 최근 10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데이터의 양은 77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고화질 영화 한편을 4기가바이트(GB)라고 가정할 경우 19만7000여 편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성에 필요한 다양한 핵심 생산요소기술도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이 출원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관련 특허는 1000건을 넘어선다.

    특히 LG전자는 생산기술원에서 자체 개발한 자동화 생산 솔루션뿐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의 생산 계획 및 운영, 디지털 트윈 솔루션 등 AI와 DX를 연계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하는 생산시스템 설계·모니터링·운영 ▲빅데이터 및 생성형 AI 기반 설비·공정관리, 산업안전, 품질검사 ▲산업용 로봇 등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특정 영역의 단위 솔루션에 그치지 않고 공장 기획부터 설계-구축-운영에 이르기까지 고객 제조 여정 전체에 걸친 종합 솔루션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점도 차별화된 요인이다. 고객사의 여건과 산업 특성을 고려해 자동화·정보화·지능화 관점에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한다.

    공장 자동화 차원의 다양한 산업용 로봇 솔루션도 장점이다. ‘자율주행 이동로봇(AMR)’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를 탑재,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부품과 자재를 공급한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정해진 경로 외에도 작업자나 장애물을 피해 효과적으로 움직인다. AMR에 다관절 로봇팔을 결합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MM)’은 부품·자재 운반과 동시에 로봇 팔을 활용한 조립, 불량검사 등이 가능해 다양한 작업을 끊김 없이 자동화할 수 있다. 

    설비의 원활한 가동과 수율 관리를 돕는 솔루션도 유용하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설비 노후나 윤활유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진동, 소음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인과 조치 방법을 판단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를 적용해 누구나 음성만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무인화 생산 확대 추세에 맞춰 비전 AI 기반 실시간 감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AI가 정상 가동중인 공장 모습을 학습한 후 이상 상황이나 온도, 불량 등을 감지하는 솔루션이다. 생산설비나 제품 이상은 물론이고 생산현장에 안전모나 작업조끼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도 구별할 수 있어 공장 안전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우수성은 이미 입증됐다. LG그룹 내에서는 전 세계 40여 개 지역 60여 곳에 위치한 생산기지가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가 경남 창원과 미국 테네시에 구축한 지능형 자율공장은 세계경제포럼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됐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 이후 창원 공장의 생산성과 에너지효율은 각각 17%, 30% 개선됐다. 불량 등으로 생기는 품질비용도 70% 줄었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 강화는 회사가 지난해 밝힌 3대 성장동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서 작년 7월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가전 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밝히고 ▲무형(Non-HW) ▲기업간 거래 ▲신사업 등 3대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 100조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2030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기업간 거래에서만 40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데다 다수의 외부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간 거래의 성장세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1556억달러(한화 약 214조원)에서 2030년 2685억달러(약 37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된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 사장은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최적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하며 고객의 제조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발돋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