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추형욱 사장, 간담회 직접 나서"'1:1.19' 합병비율 자문 받았다""KKR과 원만한 협의 기대"국민연금 및 소액주주 동의는 변수
  • ▲ 박상규 SK이노 사장이 18일 오전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 E&S와의 합병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박상규 SK이노 사장이 18일 오전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 E&S와의 합병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자산 100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이 임박했다. 양사는 11월 합병기일까지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면서 사모펀드 투자자와 소액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 설득에 주력할 예정이다.

    18일 SK이노와 SK E&S는 이날 오전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사 합병이 가지는 의미와 기대효과, 장기 성장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박상규 SK이노 사장과 추형욱 SK E&S 사장이 참석해 시장의 궁금증에 대해 직접 답했다.

    박상규 SK이노 사장은 “EV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 AI 전력수요 급증과 시장의 토털솔루션 요구 등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연초부터 여러 차례 이사회와 워크숍을 통해 고민해 왔다”며 “양사 통합이 주주가치 제고와 에너지산업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이노와 SK E&S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양사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합병법인에 대한 SK㈜의 지분율은 기존 36.22%에서 55.9%가 된다. 합병안이 다음 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을 통과하면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 ▲ 양사 합병 전후 재무구조. ⓒSK이노베이션
    ▲ 양사 합병 전후 재무구조. ⓒSK이노베이션
    ◆합병비율 1:1.2…“시가 기준 원칙 택했다”

    양사 합병비율은 SK이노와 SK E&S 각각의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다만 기준을 ‘주가’로 할지 ‘자산’으로 할지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희비가 갈리게 돼 합병비율 산정에 시장 관심이 집중됐다.

    우선 상장사인 SK이노의 합병가액은 주가(기준시가)에 따라 11만2396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1개월 종가(11만4438원), 일주일 종가(10만9451원), 전일 종가(11만3300원)를 각 거래량으로 가중 산술 평균한 수치다.

    비상장법인인 SK E&S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8만2475원)와 수익가치(16만8262원)를 1대 1.5 비율로 가중평균해 주당 13만3947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산출한 합병비율이 1대 1.1917417로, 거의 동등하게 가치가 평가됐다.

    합병비율에 대해 SK이노와 SK E&S 양쪽 모두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SK E&S의 경우 과거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당시 인정받은 보통주 1주당 가치가 29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합병가액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SK이노 소액주주는 자산을 기준으로 삼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SK이노의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 수준으로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있다. 주당 순자산가치는 24만5405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할 시 합병비율이 1대 0.55가 된다.

    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못 미칠 경우 자산가치 기준 합병가액을 정할 수 있다.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할 시 1대 0.55가 되는 합병비율이 주가 기준 1대 1.2가 된 것으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동수 SK이노 전략·재무부문장은 “상장사는 원칙적으로는 시가를 채택한다. 예외적인 경우 자산가치를 택할 수 있지만 원칙을 택한 것”이라며 “주요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도 자산가치를 적용할 만한 이유는 없다는 자문 결과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 ▲ 박상규 SK이노 사장(앞)과 추형욱 SK E&S 사장이 18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성진 기자
    ▲ 박상규 SK이노 사장(앞)과 추형욱 SK E&S 사장이 18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성진 기자
    ◆KKR 문제 해결 자신…TF 꾸리고 시너지 도모

    SK 측은 합병 변수로 지목된 투자자와의 문제에 대해선 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3조1350억원 규모 SK E&S 상환우선전환주(RCPS)를 보유했다. KKR이 합병에 반대해 중도 상환을 요구하면 이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핵심 도시가스 사업을 내줘야 해 합병 실익을 잃게 된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KKR과는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11월 합병기일 전까지 우호적인 방향성을 유지할 예정으로, 특별하게 합병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KKR과 원만히 합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KKR의 동의를 얻어내더라도 SK이노 주주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SK이노의 소액주주 비중은 49.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도 SK이노 지분 6.2%를 보유 중이다. 내달 주총에서 이들의 합병 동의 여부가 변수로 지목된다.

    SK이노는 합병 후에도 SK E&S를 수평 통합 방식인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두고 발전방향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CIC는 한 회사 내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사내에 별도의 기업체를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합병 후에도 SK E&S의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체제는 유지된다“며 ”SK E&S의 수익력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의사결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와 SK E&S는 양사 사업 시너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일류 회사로 성장한다는 포부다. 합병기일까지 양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체적인 사업 시너지 계획 등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박상규 사장은 “양사 포트폴리오 통합에 따른 경쟁력 강화, 안정적인 재무 및 손익 구조 구축, 시너지 기반 밸류업 창출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현재부터 미래까지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컴퍼니’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