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타격, 수술 못 하거나 고령자에게 '효과적'기존 치료 대비 우월하지만 비싼 가격 한계제도권 진입 숙제 … 수가 후려치기는 우려
  • ▲ 김경환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센터 교수. ⓒ연세의료원
    ▲ 김경환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센터 교수.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는 암 극복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암세포만 정밀 타격해 주변 장기의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고령자가 선택할 수 있는 희망의 끈이다. 다만, 비싼 가격은 대중화에 발목을 잡고 있어 제도권 진입이 숙제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만이 치료가 가능하다. 지난해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췌장암, 간암에 이어 최근에는 폐암까지 가동이 시작됐다. 올 하반기에 두경부암까지 준비 중인데 이렇게 되면 가동범위는 큰 틀에서 완성된다.

    최근 뉴데일리와 만난 김경환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센터 교수는 "중입자치료의 대상 암종 확대는 도입과 동시에 수행해야 할 주요 업무였고 그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특히 최근 폐암까지 확대된 것은 난이도 있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폐에는 아픔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폐암에 걸렸더라도 조기 발견은 어렵다. 전체 환자의 60% 정도가 폐 전체에 암이 퍼진 4기에 처음 진단을 받는다. 폐 조직 사이로 암세포 전이도 쉽다. 그만큼 중증이 많은 질환이다. 

    폐암으로 진단된 환자들 상당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폐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폐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어 수술을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경우 중입자치료는 효과적이다. 주 1회 총 4회로 암 극복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중입자치료의 장점은 정상장기를 모두 통과해 종양을 사멸하는 '브레그 피크'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라며 "기존 X선 기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치료 이후 주변 장기인 심장, 식도 등에 미치는 피해가 적어 치료 횟수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숙제는 올해 안으로 두경부암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타 암종 대비 더 예민하고 정밀한 타격이 필요해 이 영역까지 완성되면 중입자가속기로 대응 가능한 체계가 완성된다. 

    중입자치료기는 치료기의 회전 가능 여부에 따라 고정형과 회전형으로 나뉜다. 세브란스병원에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가 있다. 회전형은 현재 1대가 돌아가고 있으며 나머지 1대는 준비 중으로 두경부암 확대와 함께 활용될 전망이다. 

    ◆ 7000만원, 비싼 금액의 한계 … 제도권 진입 중요

    효과는 충분하지만 비싼 가격이 한계로 대중화의 길은 멀다. 고정형 빔으로 치료가 가능한 전립선암은 5000~5500만원이고 호흡 동조(호흡에 따라 종양위치 바뀌는 현상)로 회전형 빔이 필요한 췌장암은 6000~6500만원, 간·폐암의 경우 7000~7500만원 수준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중입자가속기를 보유한 병원이어서 일부러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 세브란스병원도 3000억원을 들여 센터를 만들었고 운영비용과 치료 난이도 등을 고려한 비급여 금액이다. 

    결국 제도권 진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치료의 문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급여 진입을 신청한 상태이나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안갯속이다. 

    김 교수는 "중입자치료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비싼 가격으로 부담을 갖는 환자들도 많다"며 "적정한 금액으로 치료가 가능한 체계를 형성하는 것은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중요한 숙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의료행위가 그렇듯이 제도권 진입 과정에서 수가는 깎이는 구조가 되는데 이때 활성화의 동력도 사라진다. 중입자 이전 양성자치료 역시 낮은 수가로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그는 "예민한 문제이겠으나 적정 금액을 유지해야만 중입자치료의 활성화가 가능하다"며 "환자 본인부담을 줄이면서도 최종 치료의 기능을 확장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 日 뛰어넘는 치료 확장성 고민 

    중입자치료는 일본이 선두주자다. 가속기 기기를 비롯해 암종별 선량 등 치료지침은 일본이 수십 년 전부터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부인할 수 없는 부분으로 우리는 일본식 체계를 뒤따르는 구조다. 

    김 교수는 "국내에는 지난해부터 가동됐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지 않아 일본의 연구를 기반으로 치료기준을 잡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중입자치료는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암종 확대가 이뤄지고 치료 성적도 뒤따르니 우리나라가 만들 수 있는 확장성에 대한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중입자치료가 활성화 된 것이 맞지만 독립적 형태로 세워진 것이어서 우리처럼 타과와의 배후진료가 완벽한 구조의 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더 효과적 암 극복 레시피를 발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기존 중입자 연구는 암종별 선량 등 기준에 중심이었지만, 세브란스 연구진들은 각종 항암제와 중입자치료 시너지 효과 등 새로운 지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입자치료 경험이 쌓일수록 근거는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를 연구로 증명해 암 극복을 위한 최적의 방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