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점주 대금 미지급 우려 여전히 높아농심·서울우유 비롯 CJ·오뚜기 매대도 텅협력사들, 2월 분 미납될 경우 장사 접겠다는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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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전 10시경 찾은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은 한산했다.ⓒ이미현 기자
“3월 28일 판매 대금을 정산받아야 하는데 제때 입금될지 몰라 불안합니다.”서울의 한 홈플러스 입점 의류판매 점주는 “1월 대금은 지급이 일주일 지연됐지만 결국 들어오긴 했다”면서도 “2월분 정산을 앞두고 혹시나 지급이 안 될까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21일 개장 시간에 찾은 서울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홈플러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홈플러스가 대대적인 홈플런 행사를 지난달 28일부터 세 차례 연장하며 진행하고 있지만, 축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매장안에 점주들의 대부분 근심어린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홈플러스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 사장은 “홈플러스 측에서 2월 대금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며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매장 한편에서 핫바와 어묵을 판매하는 한 점주는 “26일 2월 대금을 정산받기로 되어 있는데, 지급이 안 되면 바로 장사를 접고 이마트나 롯데마트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홈플러스와 유통 벤더사를 거치는 2차 협력 구조의 소매업자다.
그는 “벤더사에 타 대형마트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기다려 보자고 해서 현재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대금이 지급 안돼면 바로 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푸드코트 식당가 점주들 역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장사 준비에 나섰다. 이들 점주들은 홈플러스 단말기로 결제하고, 매출이 집계된 후 다음 달 말 대금을 지급받는 구조라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판매 대금 미정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점주들은 “손님 발길도 줄어든 것 같다”며 한탄했다. -
- ▲ 삼립 빵 진열대가 텅 비었다.ⓒ이미현 기자
실제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홈플런’이 진행 중임에도 고객들의 발길은 뜸했다. 홈플러스 측은 상품 공급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진열대는 비어 있었고, ‘매진’ 혹은 ‘상품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특히 냉장식품 진열대에서는 파스퇴르 우유, 빙그레 우유, 오뚜기 간짜장 등은 사라진 상태였다.한 홈플러스 직원은 “오늘 입고된 물품은 모두 진열된 것”이라며 “매대에 없는 상품은 현재 재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CJ와 오뚜기 제품은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다”며 “현재 남아 있는 제품은 이전에 입고된 것이고, 추가 입고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 ▲ 홈플러스의 자체 PB 브랜드 심플러스 우유가 매대를 꽉 채웠다. ⓒ이미현 기자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도 매장의 상황을 걱정했다.
이모 씨(54)는 “이곳 홈플러스에서 장을 자주 보는데 이렇게 빈 매대를 본 적은 처음”이라며 “홈플러스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은데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인근 대형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납품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들도 매대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고, 삼립 빵, 해태 갈아만든배, 팔도 비락식혜, 남양우유, 오뚜기 피자, 핫도그 등 다양한 제품 매대도 비어있는 상태였다. 대금 지급에 대한 우려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서울우유 납품 중단 소식을 몰랐던 한 고객이 직원에게 “200ml 우유는 다 팔렸느냐”고 묻자, 직원은 “서울우유는 들어오려면 좀 걸릴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농심 라면과 생수도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이날 홈플러스 측은 농심과의 거래 조건에 합의해 납품이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우유와는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
- ▲ 농심 라면 지열대 모습ⓒ이미현 기자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 절차 개시 후 납품 대금을 비롯한 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며 영업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과 2월에 발생한 밀린 상거래 채권을 영세·소상공인에게 우선 지급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까지 총 지급액은 4763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 4600억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해 전액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