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우상인 육상 선수에게 보낼 편지를 AI에게 대신 써 달라고 부탁하는 아빠의 이야기 담아창의적이고 감정적인 인간적 경험까지 AI가 대신하는 모습에 비판 이어져구글 측 해명했지만 유튜브 댓글창 비활성화 해 논란 가속
  • 구글(Google)이 최근 선보인 올림픽 광고가 AI(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우려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며 역풍을 맞고 있다. 앞서 논란이 됐던 애플(Apple)의 크러쉬(Crush) 광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창의성을 AI가 대체하는 듯한 내용을 문제의식 없이 전달한 것이 문제가 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자사의 생성형 AI 서비스인 제미나이(Gemini)의 기능을 강조하는 올림픽 광고 'Dear Sydney(친애하는 시드니에게)'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광고는 미국 육상 선수인 시드니 맥러플린 레브론(Sydney McLaughlin-Levrone)의 팬인 딸을 둔 한 남성의 음성으로 시작된다. 그는 육상 선수를 꿈 꾸는 자신의 딸을 소개한 뒤, 시드니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기 연습을 하는 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이어 제미나이를 통해 잘 뛸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는가 하면, 제미나이에게 "딸이 시드니에게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 시드니가 딸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주는지, 그리고 언젠가는 딸이 시드니의 세계 기록을 깰 것이라는 계획도 꼭 언급해 달라"라는 명령을 내린다.

    광고는 딸이 자신의 영웅에게 편지를 쓰는 감동적인 순간을 강조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딸의 진심이 아닌 AI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우상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매우 창의적이며 감정적인 인간적 경험이다. 그러한 의미있는 순간을 AI가 대신하게 함으로써, 마치 광고는 인간의 창의성과 감정을 AI가 더 적절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 광고가 공개된 직후, 구글의 광고는 소비자와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지난 5월 애플의 인하우스 크리에이티브팀이 제작한 '크러쉬' 광고와 마찬가지로, 구글 광고도 최신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짓밟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AI 기술이 인간의 의미 있는 일까지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구글 광고가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광고, 마케팅, 미디어 전문가인 마이클 제이 미라플로(Michael J. Miraflor)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구글의 'Dear Sydney' 광고와 애플의 'Crush' 광고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고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와 구글의 제미나이 AI 광고는 본질이 똑같은 다른 버전의 광고다. 두 광고 모두 대다수의 사람들이 (AI에 대해 느끼는) 우려와 공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언가 굉장히 잘못됐다는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윌 레이치(Will Leitch) 또한 X를 통해 "딸이 좋아하는 운동 선수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딸이 직접 글로 쓰도록 하는 대신, AI에게 명령을 내리는 아빠가 등장한 구글 광고를 볼 때마다 내 영혼의 작은 조각이 떨어져나간다"고 비판했다.
  • ▲ 구글의 'Dear Sydney' 광고 이미지. ©Google
    ▲ 구글의 'Dear Sydney' 광고 이미지. ©Google
    논란이 커지자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AI는 인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향상시키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절대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팀 USA'를 기념하는 진정성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광고를 통해) 제미나이가 글쓰기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시작점 또는 초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광고의 댓글창을 비활성화 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소비자와 누리꾼들의 여론을 의식해 부정적 피드백을 아예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측은 해당 영상 내 댓글창 비활성화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제미나이와 관련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 구글은 제미나이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했지만, 아인슈타인과 머스크를 흑인으로 그리는 등 역사적으로 부정확한 이미지와 정보를 출력하는 오류를 일으키면서 결국 이미지 생성 기능을 중단시켰다. 최근에는 경쟁사인 오픈AI가 공개한 GPT-4o에 대적할 새로운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 이하 아스트라)'와 챗봇 '제미나이 1.5 플래시(Flash)'를 공개하는 등 AI 플랫폼 패권 잡기에 나섰지만 이번 올림픽 광고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제미나이 브랜드 이미지는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구글의 'Dear Sydney' 광고는 구글 인하우스에서 직접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