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탄핵에 몰두… 대통령·검찰·위원장 등 타깃민생·경제는 뒷전… 과기계 법안 논의조차 안돼"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직시해야"
  • ▲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위헌ㆍ위법 탄핵청원 청문회 법사위 규탄농성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위헌ㆍ위법 탄핵청원 청문회 법사위 규탄농성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났지만 제대로 처리된 법안조차 없자 정쟁에 여념없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국회가 맘춰선 데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오직 '탄핵'만을 외치며 민생을 내팽개쳤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개원 후 65일이 지나는 동안 입법은 '0건'이다. 이날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5건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단독 처리한 것들이다. 야당이 의석 수로 밀어붙인 법안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끝내 발효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전날 국민 1인당 최대 35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지원금지원법과 노조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까다롭게 하는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상정하며 정쟁에 불을 더 지피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법파업조장법, 현금살포법"이라며 "경제를 망치고 위헌 소지가 뚜렷한 반(反)시장, 반기업, 반경제 악법들"이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60일 동안 실질적으로 통과시킨 법률은 0건"이라며 "고래 싸움에 국민만 죽어가고 있다. 제발 일 좀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뻔한 사안만 골라 밀어붙이기 식으로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여지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 루프 '강대강 대치'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몰고 가는 국면에서 서민·기업을 위한 법안이 제대로 논의될 리는 만무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선임되기 전, 과방위에선 이 위원장 후보 인사청문 및 선임 건과 '방송4법'을 두고 여야 간 대립 속에 회의장에서는 고성만 오갔다.

    글로벌 강국들이 인공지능(AI) 기술 선점을 위해 기본 질서를 제정하고 방대한 예산투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국회는 AI 기본법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과학기술계 주요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가 정쟁에만 몰입했기 때문이다. 업계를 중심으로 첨단기술 산업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지만 대다수 지원책은 국회에 아직 계류 중이다.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 때 여야가 합의점을 찾는 듯했던 연금개혁은 논의 조차 못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법안들은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보내더라도 제대로 논의될지 미지수다. 벌써부터 연말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거대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주요 공직자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탄핵은 특히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 위원장 취임 하루 만에 발의된 초유의 탄핵소추안이자 22대 국회가 문을 연 후 두 달 사이 야당이 발의한 7번째 탄핵안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두달 간 방통위원장 2명(이진숙·김홍일),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과 헌법·법률에 탄핵 대상 조항이 없는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등 무차별적인 탄핵 소추를 이어가는 중이다. 급기야 탄핵 대상은 대통령까지 향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습관성 탄핵중독증'은 단 하루도 못 끊을 만큼 심각하다"며 "1년 사이 위원장 3명을 탄핵하겠다는 것과 신임 위원장을 첫날 탄핵하겠다는 것은 국정 폭력이자 테러"라고 일갈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속 내수 회복을 도울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치가 시급하지만 정쟁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양극화가 국가 경제를 크게 망칠 거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술 선점 전쟁, 침체된 내수 속에 민생·경제 살리기 위해 갈 길은 먼데 대치 정국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며 "대다수 국민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