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10시 온열질환자, 10여년간 12배 이상 증가밤 사이 발생한 환자 증가 폭, 낮보다 훨씬 높아고령자·소아·임산부·만성질환자 폭염에 특히 취약
  • ▲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해바라기 밭에 해바라기가 시들어 있다. ⓒ뉴시스
    ▲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파주시 법원읍의 한 해바라기 밭에 해바라기가 시들어 있다. ⓒ뉴시스
    연일 불볕 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여년간 새벽·오전 시간대 온열질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햇볕이 약한 오전 6~10시 사이에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에만 265명을 기록했다. 감시체계를 가동한 첫 해인 2011년에는 20명에 불과했는데 10여년간 1225%나 폭증했다.

    이보다 이른 오전 0~6시 사이 환자는 2011년 10명에서 지난해 42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두 시간대를 합친 오전 0~10시 사이 온열질환자는 2011년 30명에서 지난해 307명으로 923%나 급증한 셈 이다.

    오후 시간대(정오~오후 7시) 발생한 환자도 같은 기간 330명에서 1788명으로 5.4배 늘었지만, 뜨거운 낮보다 밤 사이 발생한 환자의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 0~10시에 발생한 누적 환자 수가 217명(5일 기준)에 달하면서 전체 환자의 12%를 차지했다.

    밤 시간대 올열질환자가 많아진 건 야간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의 영향인 것으로 질병청은 보고 있다. 특히 밤사이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인 '초열대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만큼, 야간 온열질환자 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증상으로)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도 있어서 발생 시간대별 환자 집계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밤 환자가 늘었다"며 "정확한 원인을 당장 알 수 없지만, 열대야가 늘어난 영향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폭염은 고령자와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자, 당뇨병환자, 신장질환자, 고·저혈압환자는 '폭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자는 땀을 흘려 체액이 감소하면 떨어진 혈압을 회복하기 위해 심박동 수, 호흡 수가 증가해 심장에 부담이 늘고, 탈수가 급격하게 진행되므로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심뇌혈관질환자는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평소보다 10∼30% 운동 강도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갑자기 냉수를 끼얹는 등 급격하게 체온에 변화를 주면 심장이나 혈관에 무리가 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환자의 경우 땀 배출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면 혈당량이 높아져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자율 신경계 합병증으로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온열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신장질환자는 더운 날씨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면 부종이나 저(低)나트륨 혈증이 발생해 어지럼증이나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압 이상 환자들도 폭염에 취약하다. 저혈압 환자는 여름철 인체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활발히 일어나는데, 고혈압환자의 경우 급격한 혈압 변동(혈압이 오르내리는 현상) 때문에 혈관에 부담이 갈 수 있다.

    노약자인 고령자나 어린이도 온열질환에 취약하므로 평소에 대비를 잘하는 것이 좋다. 노인은 땀샘의 감소로 땀 배출이 적어지고,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한 데다 온열질환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어린이들은 성인보다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열 흡수율은 높은데,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열 배출이 어렵다.

    질병청 관계자는 "만성질환자나 온열질환 취약자들은 폭염 시 야외활동을 삼가고, 에어컨 등이 설치된 실내에 머물면서 물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