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8단 퀄테스트 통과… 4Q 본격 공급PRA 절차 완료… 캐파 확장 속도내년 하이닉스 수준 도달 전망HBM 시장, 2029년 52조 규모로 확대삼성·엔비디아측 공식 발표만 남겨
  •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를 공급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메모리업계 최대 생산능력(CAPA)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점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고대하던 엔비디아 입성..."양산 준비 완료"

    7일 로이터통신은 3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했고 조만간 공급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오는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삼성이 퀄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HBM3E 중에서도 8단 제품이다. 12단 제품은 아직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비밀유지계약(NDA)을 맺고 있는만큼 HBM 퀄테스트 통과 여부나 계약 관련 사항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 여부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자리에서도 삼성은 HBM3E 8단 제품이 3분기 중에는 양산과 공급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명확히 했다.

    삼성은 "HBM3E 8단 제품은 3분기 중 양산과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고 당사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은 양산을 위한 램프업 준비를 마쳤고 하반기에 복수의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와 시장에선 삼성이 공식화하긴 어렵지만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사실상 통과하고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미 삼성은 지난 7월 초 HBM3E의 본격적인 양산을 위해 내부적으로 PRA(생산준비승인) 절차를 마치고 엔비디아를 포함한 고객사들에 공급을 시작할 준비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내부적인 이 승인 과정이 사실상 엔비디아와의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결정적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 HBM3E에 남긴 사인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 메모리 1등의 본격 시장 진입...HBM 판도 바뀐다

    삼성이 예상대로 오는 4분기에 엔비디아에 공급을 본격 시작하면 HBM 시장 판도는 빠르게 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는 엔비디아에 일찌감치 공급을 확정지은 SK하이닉스가 기술력이나 매출 등으로도 압도적인 1위를 점하고 있지만 삼성이 엔비디아 공급을 확정지은 이상 이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로 양사간 격차가 15%포인트 가량 나는 상황이다. 이 둘의 뒤를 마이크론이 쫓고 있지만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이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4세대 제품인 HBM3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5세대인 HBM3E는 이제 막 양산과 공급이 시작된 상황이라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차이를 낼 수 있는 승부처로 꼽힌다.

    삼성이 이번에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공급을 확정지으면 이제부턴 '캐파(CAPA)' 경쟁력이 시장 점유율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년동안 메모리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는 동시에 압도적인 캐파를 보유한 삼성이 다양한 고객사들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적기 공급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감안해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일찌감치 캐파 확장에 베팅한 상태다. AI 투자 수요가 급증하며 범용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던 라인 상당수를 HBM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이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HBM3E 공급을 위해 HBM 캐파 확장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HBM 캐파 확대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는 전년 대비 4배 이상 확대할 것이고 내년에도 여기서 2배 더 확장된 비트(bit) 공급량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내년 물량은 "고객사의 요청이 늘고 있어 협의를 통해 추가분을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성이 HBM3E를 기점으로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 내년에는 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시장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각각 45~47% 수준에서 양분하는 흐름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봤는데, 이 같은 전망에도 삼성이 뒤늦게지만 엔비디아 공급망에 편입되며 캐파를 확장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HBM 시장에서 성장에 날개를 달면서 내년 이후 HBM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HBM 전체 시장 규모는 140억 달러(약 19조 원)이고 이후 연평균 성장률(CAGR) 38%를 기록하며 5년 뒤인 2029년에는 약 377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HBM 3사의 본격적인 시장 공급이 빠르게 시장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그만큼의 AI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