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산→터키 조립→獨 탑재→韓 판매"국적 불명 배터리 만든 꼴"국내 EQE 3000여대에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벤츠 "고객사 정보 공개 어렵다"국토부 "3000여대로 조사… 벤츠에 특별점검 지시"
  • ▲ 벤츠 EQEⓒ벤츠
    ▲ 벤츠 EQEⓒ벤츠
    국내에서 판매된 벤츠 EQE 전기차 3000여대가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과 동일한 차종, 동일한 배터리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배터리 국적 세탁' 의혹도 불거져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8일 벤츠측은 EQ 시리즈 별 파라시스 탑재 비중을 묻자 "회사 정책상 납품업체의 정보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있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벤츠 EQE 세단에 파라시스의 배터리 셀이 탑재된 차량은 3000여 대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지난 주말 벤츠코리아 측에 해당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특별 점검을 권고했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파라시스는 이번에 화재가 난 벤츠 EQE 모델뿐만 아니라 EQA, EQB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출시된 벤츠 EQE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기준 4239대다. 이중 70%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셈이다.

    EQE 전기차에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의 제품이 들어간다는 벤츠의 공식 발표와 배치되는 결과다.

    취재 결과 벤츠는 지난해부터 EQE 전기차에 파라시스 제품을 탑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라시스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라시스 유럽 법인은 지난해 3월부터 터키에서 연간 8GWh에 달하는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중 1.7GWh~2.9GWh가 터키 전기차 업체 '토그'에 공급됐다. 나머지 물량은 벤츠를 포함한 파라시스 유럽 법인의 완성차 고객 등에 납품됐다. 

    ▲파라시스 본사가 중국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면 ▲파라시스 유럽 법인이 터키에서 배터리 모듈과 팩을 조립하고 ▲벤츠 독일 공장에서 생산된 EQE에 탑재돼 ▲최종적으로 한국 시장에 수출하는 4단계 과정을 거치는 구조다.

    중국→터키→독일→한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납품 과정을 거쳐 결국  '국적 불명 배터리'가 되는 셈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벤츠의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2만2600대.

    파라시스 유럽 법인이 토그에 공급하고 남은 배터리 모듈 및 팩 5.1GWh~6.3GWh는 벤츠 EQE 전기차 5만7432대~7만945대에 탑재될 수 있는 양이다. EQE의 배터리 용량은 88.8kWh다. 

    모델에 따라 배터리 용량이 다르지만, EQE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전세계에 판매차 중 25.8%에서 31.8%가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국토부는 합동감식 조사 결과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나 시스템, 차체 결함 문제가 지목될 경우 EQE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