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이커머스, 계획된 적자 표방했지만 만년 적자 기업으로쿠팡마저 2분기 적자전환… 주요 사업자 모두 영업손실 중티메프 사태 계기로 커지는 적자경영 의문, 흑자에 쏠리는 눈길
  • ▲ 티메프 사태 이후 환불을 받기 위해 티몬 사옥을 찾은 소비자들.ⓒ뉴데일리DB
    ▲ 티메프 사태 이후 환불을 받기 위해 티몬 사옥을 찾은 소비자들.ⓒ뉴데일리DB
     “계획된 적자입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흑자전환이 가능합니다.”

    ‘계획적 적자’는 이커머스 업계 수년 전부터 유행하던 그야말로 마법의 단어였다. 쿠팡이 2016년 실적 발표 과정에서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실적 악화를 정당화하는 단어로 활용됐다. 

    실제 현재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중이다. 여기에는 매출이 꺾일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문제는 이런 시장 상황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업계는 최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수익성을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수익 개선을 위한 고민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 이커머스 플랫폼의 수익구조는 단순하다. 직매입이나 오픈마켓이냐에 따라 수수료율과 비용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입점 사업자가 발생한 매출의 일정 수수료를 플랫폼이 이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거래 자체에서 마진이 발생하니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할인 마케팅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 시점에서 거의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계획된 적자’가 가능한 것도 이런 이커머스의 성격과 무관치 않다. 당장 할인을 줄이면 흑자전환이 가능하지만 할인을 낮추는 순간 소비자가 떠나가고 시장 점유율의 하락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박리다매 구조가 갖춰지는 시점까지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계산이 오늘 날 이커머스의 연이은 적자의 늪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커머스 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쿠팡도 올해 들어서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것에 이어 2분기에는 영업손실 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적자의 주요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추정금에 대한 충당금 반영이 주효했다.

    매출 규모로 다른 플랫폼을 압도하는 쿠팡이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다른 플랫폼의 처지는 더욱 나빠졌다. 현재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지마켓은 지난해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이어 1분기에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1258억원,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95억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SSG닷컴과 롯데온도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1030억원, 856억원을 냈다. 컬리가 유일하게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결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용인됐던 이 ‘계획된 적자’는 최근 티메프 사태를 맞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중이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 역시 단 한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었지만 ‘계획된 적자’를 표방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요 플랫폼에서 상각전이익(EBITDA)이 흑자라거나 월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는 식으로 ‘언제든 흑자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최근 ‘티메프 사태’ 이후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며 “이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가 이커머스 업계의 과제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