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비리 터진 4년간 내부통제 총괄 상임감사 금감원 출신 독식은행권 상임감사 금감원 출신 싹쓸이해도 내부통제 무용지물감독 전문성 근거 미약… 금감원 출신, 전관예우 소통 창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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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은행의 내부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상임감사 조직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대부분 은행의 상임감사직을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어 은행과 금감원의 공생관계가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과 올해 초 발생한 수백억원대 직원 횡령부터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처남 등에 대한 대규모 특혜성 대출 의혹까지, 이 기간 우리은행 내부통제를 총괄한 인사는 금감원 출신들이었다.상임감사는 상근직으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총괄하면서 상시 감사업무를 수행한다. 급여와 상여, 성과연동 주식 등으로 매년 수억원을 받는다.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이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에 42차례 걸쳐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금감원에서는 우리은행이 해당 대출 중 28건(취급액 350억원)에 대해 대출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한 것으로 파악했다.이 기간 우리은행 상임감사는 장병용(2020년 3월~2023년 3월) 전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과 양현근(2023년 3월~현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맡았다.장병용 전 상임감사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금융감독원에서 은행 검사국 팀장, 저축은행 감독국 국장으로 일했다. 이후 2016년 신협중앙회 검사감독 이사를 역임 한 이후 우리은행 상임 감사위원에 선임됐다.장 전 상임감사의 재직 기간 중 우리은행은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2022년)도 발생했다.지난해 3월 우리은행 상임감사로 선임된 양현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2015년 금감원 부원장보, 2016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등을 거쳤다. 그는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동문(연세대)이다.양 상임감사가 온 이후인 올해 초에는 김해금융센터 직원의 180억원 횡령이 터졌다. 해당 직원은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횡령,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 약 6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2년 전 횡령 사고가 적발된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를 강력하게 주문하면서 우리은행이 스스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내놓는 등 '자정선언'을 했지만 또 다시 부당 행위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거액 횡령과 부정행위가 적발된 국민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모두 전직 금감원 출신이 상임감사를 꿰차고 있다.올해 초 상임감사 임기가 끝난 BNK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도 금감원 출신들이 자리를 이어받았다.은행권 대부분의 상임감사직을 금감원 출신이 싹쓸이한 셈이다.은행들은 전문성을 앞세워 금감원 출신을 영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들의 은행 감사 독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금감원 고위직의 업계 재취업 관행이 부실 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금감원 출신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보다는 전관예우를 노리고 금융당국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 금감원 출신 감사를 영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일각에서는 여타 은행들 대부분이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만 유독 금융사고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은행에서만 자꾸 금융사고가 터지는 것을 보면 상임감사 출신 관련 문제도 있지만 우리은행이 오랜 기간 정부 아래 있다가 민영화한 이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그러면서 “CEO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내부통제 교육 강화와 부서별 순환근무 확대, 상임감사 등 외부에서 관치 인사로 은행에 온 인물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견제 기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