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1999년부터 특수분유 생산… 현재 8종 12개 제품 생산제품별 아미노산 별도 투입… 공정·원료관리 등 까다로워수익은 '제로'… 고 김복용 선대회장부터 이어저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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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대명제는 수익 창출이다. 이를 위해 생산·판매 등 전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임직원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효율과 수익성’에서 가장 거리가 먼, 비효율로 점철된 제품의 생산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환아를 위해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이다.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100여㎞, 차로 두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충청남도 아산시 영인면에 위치한 매일유업 아산공장이다.1991년 준공된 매일유업 아산공장은 대지 1만5283㎡, 건물 4007㎡ 규모다. 매일유업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7개 공장에서 가장 작은 규모로 꼽힌다. 생산라인 역시 하나 뿐인 공장이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곳이다.선천성 대사 이상은 약 5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구토나 호흡곤란으로 시작해 식이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운동발달장애나 성장장애, 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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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앱솔루트 프로테인 프리 포뮬러’ 제품이었다. 말 그대로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이다. 프로테인 프리 제품은 ‘요소회로계 유전성 대사이상(Urea Cycle Disorder)’ 등으로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섭취가 불가능하지만 이외 열량과 미네랄, 비타민을 강화해야하는 환아를 위해 만들어진다.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먹을 수 없는 만큼 필수 지방산의 결핍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매일유업은 총 열량의 48%가 지방에서 유래하도록 조제했으며, 10%는 리놀레산(Linoleic acid)으로 공급되도록 만들었다. 이날 생산되는 앱솔루트 프로테인 프리 포뮬러 제품은 고작 700캔. 올해는 이날 생산한 700캔으로 추가 생산은 없다. 특수분유는 1년에 두차례 생산되는데 프로테인 프리 제품은 소비량이 적어 단 한번만 생산된다.매일유업 아산 공장 관계자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중에서도 이 제품을 먹는 환아는 적다”면서 “극미량의 아미노산도 공정에 남아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생산하도록 순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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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분유는 물에 원료를 녹여 액상 형태로 만든 뒤, 고열 건조를 통해 분말로 만든다. 이 상태를 ‘반제품’으로 부른다. 반제품에 추가로 비타민, 단백질 등을 더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분유가 만들어진다. 액상 상태에서 영양분을 추가하면 이후 고열 건조 과정에서 대부분이 파괴되기 때문이다.특수분유는 반제품에 추가하는 영양소를 세분화해 조절한다. 일반 분유는 ‘단백질’ 하나로 해결되지만 특수분유는 이 단백질을 20여종의 아미노산으로 분류해 개별 관리한다.페닐케톤뇨증(PKU), 요로회로질환, 프로피온산혈증, 단풍당뇨증 등 대사이상 질환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아미노산과 그렇지 않은 아미노산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료를 별도 구매하고 관리해야한다. 특히 아미노산 계량과 투입에 착오가 생길 경우 이를 먹은 환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기간은 공장에도 긴장감이 멤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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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산공장의 생산 계획은 프로테인 프리 포뮬러 제품 생산 이후 요로회로질환, 융모막 및 망막 회색위축 증상용 분유인 ‘UCD-1 포뮬러’ 1400캔, ‘UCD-2 포뮬러’ 700캔 등이 잡혀있었다. 하루 종일 생산해도 특수분유의 일일 생산량은 2500여캔. 이는 일반 분유 생산량인 일 2만5000~3만캔의 10% 수준이다.오후 생산되는 UCD-2는 말 그대로 UCD 포뮬러 제품의 2단계(성인용) 제품이다.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해당 제품으로 영양분을 섭취해야할 정도로 식사가 극단적으로 제한된다.매일유업 관계자는 “원료를 세분화해 구분하고 계량해 만들다보니 공정이 복잡하다”면서 “생산량도 제품별 1000캔 미만이다보니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이어 “프로테인 프리 제품 700캔을 생산하는데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전체 생산기기를 분해해 세척하는 데 반나절 가까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눈에 띄는 것은 충전을 앞둔 캔의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캔 겉면에 부착되는 제품명 등 스티커는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부착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생산되는 제품은 겉면에 파란 색만 보일 뿐 어떠한 내용도 적혀있지 않았다.제품별로 1000캔 남짓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최소 3만캔 이상이 기준인 석판 인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포장 단계에서 별도 인원을 투입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패키지 스티커를 부착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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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산해도 특수분유를 소비하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환아는 전국에 350여명 정도. 수익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현재 매일유업은 수입 특수분유 대비 절반 정도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단계(성인용) 특수분유를 먹어야 하는 환자의 경우 평생을 섭취해야하기 때문에 매일유업 제품으로 인해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매일유업이 1999년 첫 생산 이후 20년 넘게 적자를 감내하고 특수분유를 만드는 이유는 창업주인 고 김복용 선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돼 있다.김 선대 회장은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사업이란 이윤의 창출과 함께 온 국민과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