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규모 배터리팩 투자계획 철회수익성 악화, 시장환경 변화에 멈칫英기업에 전기로 매각…내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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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스틸이 유휴자산 매각에 이어 전기차 사업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등 수익성 중심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G스틸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700억원 규모의 배터리팩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사업 수익성 악화 및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잇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까지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투자에 속도를 늦추는 실정으로, KG스틸 역시 현재로선 배터리 투자에 따른 실익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KG그룹은 앞서 KG모빌리티를 인수하며 자동차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데 이어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해 KG스틸 중심 배터리팩 사업을 추진했다. 올 11월까지 약 700억원을 들여 모듈 및 어셈블리 조립라인을 갖춘 공장을 설립, 연간 5만대분의 배터리팩을 생산한다는 목표였다.

    배터리팩 신공장은 KG모빌리티와 중국 비야디(BYD)가 경상남도 창원의 KG모빌리티 엔진공장을 활용해 짓는 합작 공장으로 구상됐다. 이곳에서 KG모빌리티 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에 탑재될 배터리를 BYD와 협력해 직접 만든다는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전기차 수요둔화에 따라 KG그룹도 국내 배터리팩 생산 계획을 철회,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주체인 KG스틸 실적 성장세도 국내·외 건설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꺾인 상태로, 신사업 투자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실제 KG스틸 매출은 2021년 3조3548억원에서 2022년 3조8197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3조4298억원으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69억원→3404억원→2804억원 등을 기록하며 지난해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 들어서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KG스틸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 영업이익은 1266억원으로 23.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12억원으로 62.7% 줄었다.

    KG스틸은 냉연,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석도강판 등 판재와 강관, 형강, PEB 등 건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철강부문은 지난해까지 KG스틸 전체 매출의 90% 가량을 책임져왔는데, 올 들어 80% 비중까지 축소되며 전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철강재 유입 등에 따른 철강업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KG스틸은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실적 개선에 주력한다. 아연알루미늄도금강판, 프린테크 등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KG스틸은 앞서 2022년 영국 리버티스틸에 매각했던 당진 전기로 열연설비에 대한 매각 잔금을 내달 모두 수령하게 된다. 매각대금은 총 1067억원 규모다. 리버티스틸은 이 설비의 해외 반출을 검토했으나 철회하고, 당진에서 재가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