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수요예측 완판 행렬… 보험사 후순위채 자본확충킥스 비율 '높아지는 눈높이' 권고치는 150%지만 업계는 200% 맞추기 중후순위채 '약한 자본성' 도마… "자본적정성 판단 기준 세분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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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화재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 행진을 지속한 손해보험사들이 기관 투자자의 뜨거운 관심 속에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간다. 자본 건전성은 안정적 수준이지만 보험사 채권 수요가 높아진 터에 선제적 자본확충을 해 놓자는 전략이다.

    28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화재가 6500억원, 한화손해보험은 29일 35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각각 발행한다. 두 손보사 모두 당초 밝힌 목표 금액을 훌쩍 넘겨 증액 발행에 나선다. 수요예측에서 적극적인 투심을 확인한 덕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당초 발행목표 금액은 4000억원이었는데 최대 6500억원까지 증액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 5930억원의 수요가 확인됐다. 회사는 이후 주관사단과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6500억원 발행에 나선다. 금리는 희망밴드 상단인 4.5%로 결정했다.

    한화손보는 2000억원 발행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배가 넘는 42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려 흥행을 거뒀다. 이에 따라 증액 고려 금액으로 밝혔던 3500억원으로 규모를 결정했다. 금리는 희망밴드(4.3~4.8%) 상단 수준인 4.78%이다.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하면 두 회사의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일제히 상승한다. 킥스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이다. 보험사의 자본은 가용자본에 포함된다.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 돼 킥스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 3월말 기준 226.9%인 킥스 비율이 11%p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211.3%로 나타난 한화손보의 킥스비율은 10%p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는 경과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조치 전 수치는 172.8%다.

    보험업법의 킥스비율 최소 기준치는 100%,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변동성에 따라 200% 이상으로 높여두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권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아서 보험사 채권 수요도 우호적이라 자본확충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여러 회사가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반기 들어 보험사 채권 발행 소식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현대해상, 이달 초에는 교보생명이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했다.

    KDB생명보험은 최근 2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03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인하며 완판 행렬에 참여했다. KDB생보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회사의 3월 말 킥스 비율은 129.2%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밑돌았다. 경과조치 효과를 빼면 44.5%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의 약한 자본성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며 "단순 비율 맞추기가 아니라 킥스의 도입 목적대로 자본확충과 자본건전성 확보를 평가하는 세심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순위채권은 만기가 5년 이내 남는 시점이 되면 매년 20%씩 자본 인정금액이 줄어든다. 증자나 이익실현으로 거둔 '진성자본' 대비 자본성이 약한 자본성증권 중에서도 특히 자본성이 미흡하다고 평가받는 주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