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에도 외환보유액 4100억달러선… 연말기준 5년 만 최소글로벌 IB·노무라 증권 등 올해도 ‘환율 고공행진’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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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올해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환율 고공행진…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지켰지만 5년 만에 최소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전 거래일인 1468.4원 대비 1.6원 오른 1470.0원에 시작했다.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 사이 65.5원가량 폭등하는 등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에는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6원을 돌파했으며, 장중에는 1480원마저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금융당국의 개입에도 원·달러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당국은 시장에 개입해 단기적으로 환율 움직임을 둔화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단행했다. 경제·금융 당국 수장(F4) 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다.한국은행은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매도했지만 분기 말을 맞아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 예치금을 예치하며 오히려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수치이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2019년 말 이후 5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외환보유액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예수금 증가 효과는 분기 말에 한정된 효과로 1월이 되면 외화예수금이 줄어들면서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 또한 사라지게 된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 달러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글로벌 IB 환율 전망 대폭 상향… 올해 3분기까지 상승세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주요 IB들의 올해 1분기 말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지난해 11월 8일 기준 전망치 중간값인 1305원보다 계엄을 전후해 무려 130원이 높아진 수치다.IB들은 계엄 사태 전 환율이 지난해 4분기 말 1315원, 올해 1분기 말 1305원, 2분기 말 1300원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계엄 후 올해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오를 것이란 새로운 전망치를 내놓았다.일본 노무라증권도 올해 원·달러 환율이 2분기에 1500원으로 오른 뒤 3분기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앞서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마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KDI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연준의 매파적 성향, 트럼프 정책,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등으로 환율 변동성에 미칠 요인들은 많다”며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추가 대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