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상승 후폭풍푸본현대·KDB 등 7%대 발행유동성 우려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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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이 최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달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성증권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결국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25일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무려 7.4%로, 국고채 10년물 민평평균 3.995%에 가산금리(3.405%)를 더해 최종금리가 정해졌다.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이 안될 경우 국고 10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으로 재조정해 발행하는 조건이다. 푸본현대생명이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로, 앞서 지난 4월 800억원, 6월 98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KDB생명도 지난달 22일 1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으로 12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금리밴드는 6.7~7%였지만 100억원 가량 미달되면서 금리상단인 7%로 결정됐다.

    KDB생명은 6월에도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당시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이 있었던 덕분에 4.76% 금리에도 무려 5350억원의 수요가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3개월새 금리가 2.24%포인트(p) 가량 치솟았음에도 미달된 것이다.

    보험사는 최근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를 활용해 자본 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이후로 발행된 보험사의 자본성증권은 모두 후순위채로, ▲신한라이프 3000억원 ▲푸본현대생명 980억원 ▲KDB생명 900억원 ▲롯데손해보험 700억원 ▲한화생명 5000억원 등 1조원을 넘어섰다.

    보험사가 후순위채 발행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에는 '금리'가 꼽힌다.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에 비해 조달금리가 낮아 보험사 입장에선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투자자들 입장에선 연 5~7% 수준의 보험사 후순위채가 같은 만기의 국고채나 회사채보다는 금리가 높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시장 수요 역시 후순위채에 쏠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당장 돈을 안 갚아도 되는 '원금 상각' 조건에 따라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를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요구자본이 종전보다 늘어났지만 보험사의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은 부채로만 평가되면서 기초 자본을 늘리기 위해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 국채 금리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고금리 상황인 만큼 보험사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경우 실적 감소나 유동성 악화 등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일부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이자 부담률이 20%를 상회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이자부담률은 9.4%로 집계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전성을 확보하고 조기상환까지 가능한 만큼 아직까지는 후순위채가 안정적이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보험사 후순위채 유통 물량이 많아 갈수록 금리가 올라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