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E&S, 온-트레이딩인터-엔텀 합병 승인사업기반·현금 창출력 강화로 투자 충격 완화“사업포트폴리오 재편 핵심 사항 일단락”반도체·AI 투자 본격화 전망… 그외는 통합·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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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SK그룹이 연초부터 추진해 온 사업 구조조정(리밸런싱)도 속도를 내게 됐다. SK는 합병법인 출범을 위한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배터리 사업의 실적 개선과 인공지능(AI) 중심 투자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11월 1일 SK E&S와의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합병안은 참석주주 85.8%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SK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같은 날 주총에서 SK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3곳도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SK온은 11월 1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내년 2월 1일엔 SK엔텀을 흡수합병한다. SK㈜는 손자회사 에센코어와 자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과 SK온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됨으로써 SK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적인 사항들은 일단락됐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윤곽이 들어난 SK그룹의 리밸런싱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대규모 신규 투자로 차입부담이 크게 확대된 SK이노베이션, SK온, SK에코플랜트 관련 합병과 지분 이전이다. ‘SK온 살리기’가 핵심이다. 두 번째는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AI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세 번째는 3년 내 그룹 부채비율 100% 이하 달성,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 창출 등 재무건전화 관련 내용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합병으로 SK그룹은 배터리 투자 부담 감소와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올해 6월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0조5136억원이다. 이 가운데 SK온의 순차입금만 17조5217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161%다. SK E&S를 합병하는 경우 부채비율은 단순합산 산출 기준 기존 161%에서 156.4%로, 신용등급과 관련되는 순차입금/감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도 5.8배에서 4.8배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히 매출을 내는 알짜 캐쉬카우인 SK E&S를 품음으로써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현금 흐름도 호재다.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으로는 SK온의 연결기준 EBITDA가 연간 5000억원 이상 증가함에 따라 자체적인 투자부담 대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제고 통해 현재 추진 중인 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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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코플랜트 또한 환경·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자금 소요에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다.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순차입부채는 5조303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신규 종속회사를 편입하면서 사업다각화, 현금 창출력 개선, 순차입금/EBITDA 감소가 예상된다. 

    즉, 사업기반과 현금 창출력을 강화하며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의 부진한 투자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SK그룹은 배터리 실적 개선과 AI 중심 투자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 직후 오는 2026년까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을 통해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반도체와 AI 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CEO)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투자 전문회사인 SK스퀘어 또한 반도체 중심 투자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SK스퀘어 신임 대표로 내정한 배경이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달 반도체 모듈 기업인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기업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자회사 편입을 단행한 것도 그룹 전체의 반도체·AI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관측된다.

    해당 과정에서 AI 외의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은 통합과 매각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만 SK㈜의 종속회사를 49개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 매각, SK스페셜티 지분 매각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일련의 합병·지분 이전 등 작업이 SK온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향후 배터리 업황의 반등 시점이 그룹 전체의 반등 시기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계열 전반의 확장적 투자에서 벗어나 성장성이 높은 사업 위주의 선별적인 투자정책으로 전환한 만큼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사업과 향후 투자를 집중할 AI 분야를 제외하면 기존 신재생에너지 등 ESG 관련 투자의 경우도 사업 속도 조절, 사업 중단 등 추가적인 조정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