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붕괴 동시에 중환자실 기능 축소 명분 대비 디테일 부족했던 증원 정책의 말로 의료계도 원점 재검토·철회 아닌 대화 테이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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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실 붕괴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땜질식 처방이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중환자실 기능도 축소됐다. 긴급히 대응이 필요한 환자도 방치 중이다. 각 대학병원은 빠른 속도로 연명치료 중단 서명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재한 2000명 증원에 있다는 것이 의료계와 야당의 주장이다. 그러나 10년 후 인구구조의 변화와 건강보험 재정추계, 각종 사회경제적 변화를 예측해 명확한 수치는 도출하기 어렵다. 다만 확정적 시나리오는 기피과 문제가 지속될 것이며 수도권-지역의료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의료개혁의 명분은 여기에 있었다. 낙수효과라도 기대한 의대증원은 대국민 여론이 힘을 보탰다. 대형병원의 3분 진료를 보기 위해 첫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닌 집 근처에서도 최종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구조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의료계 반발도 예상 가능했다. 이미 문재인 정권이었던 지난 2020년 400명 증원을 시도할 때도 파업이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향한 보장성 강화 대신 의사를 위해, 특히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과의 몸값을 미용, 성형 분야만큼 끌어올려 필수, 지역의료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분명 의사 친화적 기조였으나 저수가 개편 등 디테일은 뒤로 밀렸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날 선 발언은 의료계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행정명령, 사직서 수리금지 등 고압적 접근법은 의사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의 단합은 어느 집단이나 조직에서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견고해졌다. 한꺼번에 병원과 학교를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결국 의정 사태는 견고하지 못한 정책 설계로 무너졌다. 의료현장에 드리운 한기는 장기화 국면 속 혐오감으로 전이됐다. 당장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환자는 계속 희생양으로 남게 된다.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시간만 흘렀다. 이미 행정절차는 마무리됐고 오는 9일부터 2025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2000명에서 1509명의 조율된 의대증원 규모는 번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대로 의료붕괴를 향한 치킨게임이 지속돼 정책 추진이 중단된다면 입시 문제는 물론 의사 수 확충을 요구했던 국민적 바람이 산산조각이 나는 꼴이다. 합리적 대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남은 선택지는 대통령실은 물론 한덕수 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 정부와 국회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내년도 증원 진행 후 2026년 수치 조정'으로 귀결된다. 의료대란 초기부터 나왔던 중재안이나 의료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난항이 예상되지만 봉합책을 꺼내야 한다. 그래야만 환자가 산다. 한덕수 총리는 "의료계가 선 수치를 제시하라"고 제안했지만, 이는 회피 방식에 불과하다. '떠미는 제안'이 아니라 대화의 장을 만들어 타협 수치를 정하고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합의문을 작성해야 한다. 

    의사 및 교수 단체들도 원점 재검토 또는 철회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정책에 반발하는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희생을 무겁게 인식하고 정부와 타협을 봐야 한다. 숙원과제였던 저수가 탈피에 집중해 개선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정쟁의 도구로만 삼고 주변부만 맴돌고 있는 국회도 타협점을 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당 대표 등 일부가 아니라 모든 의원이 지역구 내 의료기관을 방문해 현장의 실태를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