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추진 백지화, 공정거래법 수정 가닥사전지정서 사후규제 전환, 네이버·카카오 포함 유력해외 빅테크 제재 실효성 의문, 역차별 우려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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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과점 플랫폼 사전규제를 골자로 한 플랫폼법 제정이 무산됐다. 법 개정으로 선회하면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역차별과 실효성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일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지정’하는 신규 플랫폼법 제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사후규제’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EU(유럽연합)가 제정한 법안이 독과점력을 갖춘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에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등에 대한 위법성 입증책임을 지게 했다는 점을 참고했다. 기존 공정거래법이 온라인 플랫폼의 반경쟁행위에 대한 신속한 제재가 어렵고,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도입을 추진했다.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는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플랫폼법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우리나라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어 법안 적용시 국내 플랫폼에만 규제가 집중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전지정을 위한 매출과 이용자 등 플랫폼을 구분할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과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사전지정을 철회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 수 기준으로 지배적 플랫폼을 규정했다. 4대 반경쟁행위가 의심되면 위법성 입증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 규율 대상은 시장점유율이 60% 이상이거나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상위 3개 사업자의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85%이고 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될 플랫폼에 구글과 애플,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규제 강도에 대해 “사전지정 방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제재 수위가 더욱 강화됐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과징금 부과율을 매출액 기준 6%에서 8%로 높였을 뿐더러, 임시중지명령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직접 불공정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과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 우려로 인한 실효성 논란도 여전하다. 해외에 본사를 둔 플랫폼이 매출액 등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653억원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플랫폼 관련 직간접 매출이 4조원 미만으로 집계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시중지명령 제도는 소수 플랫폼의 독과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지만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4대 금지행위가 명백히 의심되고, 이용자 손해가 예상되는 등에 대해서만 시행할 수 있어 활용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6년 전자상거래법에서 임시중지명령을 도입했지만, 단 2번만 사용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사전지정에서 사후 추정에 따른 규제로 바뀌면서 당초 법안 개정 목적인 신속한 제재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개와 검색을 비롯해 동영상과 SNS, 운영체제와 광고 등 6개로 나눈 규율분야에 대해 구분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사후로 지정하게 되면 시장 획정이 어렵고, 국내 시장 점유율 위주로 설정하다 보니까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를 규제하려는 차원에서 시작된 논의가 오히려 국내 규제의 역설로 작용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