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의 반격… MBK와 경영권 탈취 선언52% 확보 후 경영진 교체 나설 듯최윤범 회장 측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M&A" 발끈현대차·LG·한화 백기사로 나설지 주목7.8% 지분 보유 국민연금 행보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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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도 이러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응하고 나설 예정이어서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13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까지 추가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66만원으로, 매수수수료를 포함해 최대 1조999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일 종가 대비 18.7%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와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기존 33.13%에서 최대 47.74%까지 늘어난다. 자사주 등 의결권이 없는 지분을 제외하면 이들 지분율은 최대 52%로 증가한다. 영풍그룹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MBK파트너스에 의결권을 위임한 한편 추후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한 콜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장씨 측이 경영권과 단일 최대주주 자리 모두를 MBK파트너스에 넘기는 그림이다.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식과 함께 같은 기간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최대 43.43% 공개매수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장씨 일가는 현재 영풍정밀 지분 21.25%를 보유, 공개매수 성공 시 지분율은 64.68%로 과반이 된다. 이를 통해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함께 ㈜영풍은 고려아연의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을 문제 삼아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 취임 이후 주주 이익을 해하는 행위들을 일삼았다면서 최 회장을 정조준했다.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MBK파트너스 참전으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한 이후 3대에 걸쳐 동업자 경영을 이어왔다.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을 비롯한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맡아서 이끄는 구조였다.그러나 2022년 고려아연이 최 명예회장 손자인 최윤범 회장 체제를 확립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갈등의 발단에 대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각종 유상증자로 우군 지분을 늘리며 동업자 정신을 해쳤다’는 입장인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동업자 정신을 깨고 고려아연에 경영 개입을 시작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장씨 일가는 MBK파트너스에 지배력과 경영권을 모두 넘기더라도 75년간 이어온 공동경영 시대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장악 또한 분쟁이 아니라 최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지만, 경영은 지분 1.84%를 보유한 최 회장이 맡은 것도 비정상적인 경영 구조란 주장이다.영풍의 대대적인 공세에 대해 최 회장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내고 “이번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 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현재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윤범 회장 1.8%를 포함해 15.6% 수준이다. 현대차·LG·한화·트라피구라 등 우호 지분은 16~17%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로선 장씨 일가 지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씨 측이 백기사를 추가 확보하거나 대항 공개매수 등을 통해 반격을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고려아연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손을 들어준 이력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추진과 함께 현대차·LG·한화를 향해 ‘사업적 제휴관계를 돈독히 하자’며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이들 기업이 고려아연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할 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