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저승사자 비판론 고조"내년부터 D램 업황 꺾인다"… 이미 다운턴 진입 내년까지 완판된 HBM 공급과잉론도 의문엔비디아·TSMC는 'AI 수혜주' 고평가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외국계 증권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년까지 업황이 한창일 것으로 전망되는 D램이 이미 하강국면(다운턴)에 들어섰다면서 불과 3개월만에 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보유 비중을 확대하라던 입장을 뒤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내년분까지 완판됐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반토막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 등에 반도체업계는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는 여전히 AI(인공지능) 최대주로 꼽으며 모순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와 BNP파리바 등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중에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대폭 낮추고 투자의견도 '비중 축소'로 바꿨다. 특히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반토막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아시아 증시에 꽤나 영향을 크게 미치는 모건스탠리가 또 한번 메모리 반도체 겨울설을 들고 나서 주목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으로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발표했고 여기서 이미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하강국면에 진입했고 내년부턴 D램 업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모건스탠리는 "우리는 전년 대비 변화율로 볼 때 올 4분기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이라고 본다"며 "AI 수요는 상대적으로 여전히 강하지만 기존 마켓은 악화되거나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2025년에는 하강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가 이 같은 전망을 하는 대표적인 근거로 든 것이 바로 레거시(범용) D램 가격 하락세다. D램 가격 상승률이 올 4분기에 고점을 찍고 중국 메모리사인 CXMT가 모바일 D램 등 소비자향 메모리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내년부턴 하락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먼저 D램의 ASP가 1분기 하락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 변화로 최종 수요가 감소하며 이번 사이클 중에서 처음으로 DDR4와 DDR5 가격이 하락해 단기간 내에 재고가 증가할 것"이라며 "결국 마진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더불어 HBM 공급 과잉 문제를 제기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직 HBM 수요는 강한 편이지만 내년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는 현재 HBM 제조 3사(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생산능력(CAPA)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삼성의 본격적인 HBM 시장 참전이 상황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에 완전히 들어서면서 올해 대비 내년 HBM 공급량이 2배 이상 증가하지만 수요는 이에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이 메모리 반도체와 HBM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버나 세트(완성품) 수요단에서 범용 D램이 예상만큼 선전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AI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고 특히 선주문 방식으로 제조하는 HBM의 공급과잉 문제를 제기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반도체업계는 무엇보다 내년 HBM 물량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모두 '완판' 사실을 공식화했고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드는 HBM 공급 과잉설에 대해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짙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모건스탠리 등의 리포트에서 다른 것보다 HBM 공급 과잉을 언급한 것 자체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보인다"며 "사실 SK하이닉스와 삼성의 D램 사업에서 캐파나 수익성에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HBM인데 이와 관련해선 한 문단 정도의 언급 밖에 없었고, 내년 엔비디아 블랙웰 가속기에 HBM3E 12단 제품이 주력으로 쓰이고 아직 SK하이닉스만 공급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급은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평했다.

    HBM 생산을 늘리기 위해 범용 D램 생산라인을 상당부분 전환하면서 범용 D램 공급량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반도체업계의 주장을 모건스탠리가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HBM 확대로 내년 D램 공급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은 단지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라며 "이런 주장이 내년 커머디티 서버 D램이나 HBM 수요 공급 상황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의 주장대로라면 AI 가속기 블랙웰이 본격 출시되는 내년 엔비디아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에서 HBM 조달을 절반 가까이 줄여야만 전체 HBM 수요가 줄어드는 셈인데 그렇다면 그만큼 블랙웰 제조량도 줄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와 함께 TSMC를 AI 수혜주로 꼽아 또 한번 비난을 피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기업들이 이미 AI 기업들과 궤를 같이 하는 상황에서 특히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만 평가절하를 시도하는 것 같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