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오뚜기 등 라면 젊은 세대에 인기 '↑' CJ제일제당 만두·미초 앞세워 메인스트림 유통채널 입점설빙·BBQ 등 프랜차이즈도 확장 가속화
  • ▲ 10일 도쿄도 시부야구 하라주쿠 타케시타거리 중심에 위치한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최신혜 기자
    ▲ 10일 도쿄도 시부야구 하라주쿠 타케시타거리 중심에 위치한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에서 일본인들이 한국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최신혜 기자
    일본에서의 한류가 진화하고 있다. 그간 일본은 K-컬처 콘텐츠를 한국을 이해해가는 문화수용 수준으로만 받아들여왔지만, 이제는 한류를 일본 사회 속의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문화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불과 한 해 앞둔 현재,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K-컬처는 어떤 모습으로 일본 국민들의 삶에 스며들었을까. 이에 뉴데일리는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관광의 중심인 도쿄를 직접 살펴봤다. [편집자주]

    도쿄가 '한류의 맛'으로 한껏 물들고 있다. 2000년대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열풍을 넘어 2010년대 K팝 중심의 2~3차 한류 바람을 지난지도 한참. 2020년 이후 코로나로 인한 OTT 서비스 확산으로 4번째 한류, 한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

    지난 10일 도쿄 신주쿠 와카마츠카와다 역전에 위치한 일본 1위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를 찾았다. 신선, 가공식품 두개 층으로 나뉜 이곳은 슈퍼마켓 치고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 ▲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 와카마츠카와다 역전점 라면 매대에 진열돼 있는 농심 신라면.ⓒ최신혜 기자
    ▲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 와카마츠카와다 역전점 라면 매대에 진열돼 있는 농심 신라면.ⓒ최신혜 기자
    2층 가공식품 카테고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라면 매대다. 인스턴트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 이곳 정규 라면 매대에 일본 3대라면(닛신 '치킨라멘', 삿뽀로이찌방 '시오라멘'·'미소라멘')과 함께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는 제품은 바로 농심 '신라면'이다. 

    가격은 신라면 오리지널 봉지라면 3개입 368엔(한화 약 3337원). 닛신 치킨라멘 5입 538엔(한화 약 4879원)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살짝 비싼 편이다. 

    농심은 신라면 봉지가 발매된 1986년 이후부터 비공식적으로 일본 내 재일교포 및 한국사회를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해왔다. 

    현재 신라면은 메인 스트림의 전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일본의 전국단위 유통 대기업인 이온그룹 산하 대형 슈퍼마켓(GSM), 슈퍼마켓(SM)은 물론 3대 편의점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을 포함 드럭스토어, 수입 전문점, 돈키호테·다이소와 같은 디스카운트 전문점 등 전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운 맛'이 일본 젊은 층에게 하나의 놀이 요소로 확산되며 신라면 인기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신라면 매출은 2023년 대비 23% 가량 성장한 135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신라면 외 너구리와 짜파게티 역시 각각 일본 내 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 일본 내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최신혜 기자
    ▲ 일본 내에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최신혜 기자
    코너를 돌면 K푸드 전문 매대가 등장한다. 이곳 라면 매대에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분홍빛 봉지. 바로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은 2017년부터 일본 내에서 불닭브랜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전략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2019년 1월 일본 도쿄에 판매법인 ‘삼양재팬’을 설립했다.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본 수출이 연평균 138% 성장했다. 주요 수출 품목도 2016년 감자라면, 김치라면 등에서 2017년부터 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등 불닭브랜드 제품으로 확장됐다. 

    삼양재팬은 현지 내 K푸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불닭브랜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초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핵불닭볶음면, 로제불닭볶음면 등 꾸준히 불닭브랜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면 제품 외에 불닭떡볶이, 불닭소스 등 간편식과 소스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 ▲ 도쿄 라이프 슈퍼체인에서 불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있는 현지 소비자.ⓒ최신혜 기자
    ▲ 도쿄 라이프 슈퍼체인에서 불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있는 현지 소비자.ⓒ최신혜 기자
    2023년엔 현지 맞춤형으로 출시한 ‘야키소바불닭볶음면’이 돈키호테에서 2주만에 20만개의 판매고를 올리며, 돈키호테에서 판매중인 불닭브랜드 제품 중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수출 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과 불닭브랜드 스낵 ‘불닭포테이토칩’을 출시했다. 특히 불닭포테이토칩은 부드러운 맛 중심의 일본 스낵 시장에서 차별화된 매운맛으로 입소문을 타며 한달만에 누적 판매량 30만봉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채널에서 추가 주문이 잇따르며, 판매처도 돈키호테, 라이프, 이온, 웰시아 등 대형 유통 채널 3000여점으로 확대됐다. 

    삼양식품의 일본판매법인 ‘삼양재팬' 매출은 2020년 8억3000만엔에서 올 상반기 13억6000만엔으로 늘었고, 매년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 ▲ 라이프 슈퍼체인 냉동식품 매대에는 국내 1위 가공식품기업 CJ제일제당의 양념치킨, 김치·왕만두 등 제품이 진열돼있다. ⓒ최신혜 기자
    ▲ 라이프 슈퍼체인 냉동식품 매대에는 국내 1위 가공식품기업 CJ제일제당의 양념치킨, 김치·왕만두 등 제품이 진열돼있다. ⓒ최신혜 기자
    냉동식품 매대에는 국내 1위 가공식품기업 CJ제일제당의 양념치킨, 김치·왕만두 등 제품이 진열돼있었다. 

    CJ제일제당이 현재 일본 내에서 판매 중인 가공식품 품목 수만 200여개에 달한다. 주요 제품은 '미초', '만두', '냉동김밥' 등이다. 

    K-뷰티 음료 미초는 일본 내 희석식 카테고리 1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처음 진출한 만두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왕만두’ 제품을 통해 일본 교자 시장에서 한국식 ‘만두’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냉동김밥 제품은 ‘이온(AEON)’ 등 메인스트림 유통채널 2000여곳에 입점했으며, 1년간 150만개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CJ제일제당 제품이 입점된 대형 유통채널은 코스트코, 아마존, 라쿠텐, 야후, 돈키호테, 이온, 이토요카도, 빅에이, 세이유, 마루에츠 등이다. 

    CJ제일제당은 9월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신바시에 위치한 일본 본사 건물 1층에 비비고 전문매장 '비비고 마켓'을 오픈하며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비비고 마켓은 식료품점(Grocery)과 레스토랑(Restaurant)이 합쳐진 '그로세란트'(Grocerant) 콘셉트로 조성됐다. 

    이르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일본 현지에 만두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은 CJ제일제당의 인천 만두공장의 3분의1 크기로 지어질 것으로 전해진다. 
  • ▲ 2023년 '청포도에이슬' 판매량은 2020년 대비 206% 성장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최신혜 기자
    ▲ 2023년 '청포도에이슬' 판매량은 2020년 대비 206% 성장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최신혜 기자
    주류 매대를 채우고 있는 한국 술은 참이슬 오리지널과 과일 소주 시리즈. 하이트진로는 2021년부터 세븐일레븐, 로손 등 일본 주요 편의점 내 참이슬 및 참이슬 과일소주(참이슬 시리즈)의 입점율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과일소주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했는데, 2023년 청포도에이슬 판매량은 2020년 대비 206% 성장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 JINRO를 투트랙으로 가정용, 유흥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참이슬 및 참이슬 시리즈(과일소주)는 일본 전역 주요 편의점에 모두 입점돼있어 소비자들이 즐기기 용이하고,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9월에는 '차미볼'이라는 7도짜리 RTD 제품을 출시, 참이슬의 확장 브랜드로서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으며 초기 호응을 얻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적극적인 SNS 활동 등을 통해 젊은층을 계속해서 공략 중이며, 지속할 계획이다.
  • ▲ 타케시타거리 중심에 위치한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 벽면 진열대에 한국 라면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최신혜 기자
    ▲ 타케시타거리 중심에 위치한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 벽면 진열대에 한국 라면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최신혜 기자
    11일 오후 찾은 도쿄도 시부야구에 위치한 하라주쿠에서도 K푸드의 인기는 여실히 증명됐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하라주쿠 상권은 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호떡과 같은 한국풍 길거리 음식을 제공하는 K타운을 설립, 한류를 통한 상권 회복을 노리는 곳이다. 

    메인 거리인 타케시타거리 중심에 위치한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는 그야말로 K푸드 성지였다. 1층 벽면에는 삼양, 농심, 오뚜기, 팔도 등 라면 제품이 빼곡히 쌓여있었고, 매대 옆에는 즉석 라면조리기계가 설치돼 곧바로 원하는 라면을 취식할 수 있는 형태였다. 


  • ▲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에 놓여있는 즉석 라면조리기계ⓒ최신혜 기자
    ▲ 오쿠당(OKUDO) 다이닝 앤 카페에 놓여있는 즉석 라면조리기계ⓒ최신혜 기자
    이곳에서는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오뚜기 라면도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오뚜기는 일본에서 봉지면류, 당면류, 드레싱류, 다류 제품 등을 판매 중인데, 봉지면류의 매출비중이 60.8%로 가장 높다. 

    오뚜기 관계자는 "특히 진라면, 김치라면, 리얼치즈라면 등의 인기가 높은 편"이라며 "현지 치즈맛 니즈를 반영해 최근 일본전용 리얼치즈라면을 출시했으며, 성황리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이밖에 허니머스타드, 꿀유자차 등 제품을 일본 전용으로 운영 중이다. 

    판로 확장을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9월 일본 큐텐, 아마존에 공식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온라인 유통망 확대에도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 ▲ 맘스터치의 일본 직영 1호점 ‘시부야 맘스터치’ⓒ맘스터치
    ▲ 맘스터치의 일본 직영 1호점 ‘시부야 맘스터치’ⓒ맘스터치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일본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본 내 한국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98개에서 135개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버거·치킨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4월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 정식 직영점을 오픈한 맘스터치는 오픈 40여 일만에 누적 고객 10만명, 매출 1억엔(약 9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BBQ는 일본에서 도쿄(9개), 오사카부(5개), 나가와현(4개), 사이타마현(3개), 아이치현(1개), 지바현(1개), 시즈오카현(1개)에 진출, 총 2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밖에 깐부치킨은 4월 일본 첫 매장 '하라카도 도쿄본점'을 오픈했다. 
  • ▲ 도쿄 하라주쿠 거리에 들어선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 ⓒ최신혜 기자
    ▲ 도쿄 하라주쿠 거리에 들어선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 ⓒ최신혜 기자
    국내 기업들은 디저트 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다. 

    2016년 일본 시장에 처음 도전했던 설빙은 2020년 현지 사업파트너의 파산으로 사업을 철수했는데, 2021년 재진출을 선언하고 현재 도쿄 신오쿠보, 하라주쿠 두 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aT는 '한류 영향에 따른 일본 진출 한국 프랜차이즈 마케팅 분석' 리포트에서 "일본 내 한식 인지도 상승에는 한류가 큰 영향을 미쳤으며, 한류로 인해 일본 진출 한국 프랜차이즈 이용률 상승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한식을 소비하는 일본인의 비중도 높아졌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한식의 인기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듯하다"며 "특히 길거리 음식, 매운 맛 음식 등에 대한 젊은 층 관심이 높아지며 현지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로 파악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