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플랜트 전격취소…對중국 전략걍화 일환아람코 中 석유화학기업 지분 매수…무역확대 논의중국업체 현지진출 속도낼듯…"해외수주 타격 우려"
  • ▲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가 지난 21일 싱가포르 국제 에너지 주간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가 지난 21일 싱가포르 국제 에너지 주간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수주 '큰손'인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와 중국간 밀월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재정악화로 원유 수출창구 확보가 필요한 사우디와 '일대일로(一帶一路)' 확장을 노리는 중국 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앙정부 지원을 등에 엎은 중국업체들의 중동진출이 가속화할 경우 국내사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와 외신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최근 라스 알 카이르(Ras Al Khair) 지역에서 추진하던 40만배럴 규모 정유·화학 플랜트 건설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대안으로 고려됐던 플랜트시설의 쥬베일지역 이전방안도 보류됐다.

    이를두고 외신들은 원유 최대수입국중 하나인 중국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한 사우디 측의 '전략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정악화와 공사비 인상 악재에 직면한 사우디 정부가 기존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대중국 사업을 확장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에 이은 사우디 원유 제2의 수입국이다.

    현지매체 아르감(Argaam) 등에 따르면 아람코는 중국업체와의 거래를 통한 장기적인 원유 수요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위해 올해초부터 중국 최대 화학섬유 제조사인 헝리 페트로 케미칼(Hengli Petrochemical) 지분 10%를 확보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지난해엔 중국 석유화학기업인 룽성석화 주식 10억1300만주를 4조6307억원에 사들이는 계약도 체결했다.
  •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 에탄 회수처리시설 현장. ⓒ현대건설
    중국과의 협력강화를 예고하는 고위급 인사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싱가포르 국제 에너지 주간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는 중국의 원유 수요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내 석유화학 관련 수요가 늘면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더 많은 석유화학 관련 부품을 요구하는 전기자동차, 태양전지 등 부문 산업이 중국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달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만나 무역규모 확대를 논의했다. 양국 고위급 관료간 에너지·인프라부문 투자 협력의향서도 체결됐다.

    특히 사우디 정부가 2030년 엑스포·2034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중국인 관광객 500만명 유치'를 계획하고 있어 양국간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선 양국간 공조 강화가 국내사들의 중동 수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건설통합정보를 보면 9월말 기준 국내사들의 중동지역 누적 계약액은 119억달러로 전체 211억원달러의 56.4%에 달한다.

    중동에선 사우디가 96억원으로 전체 계약액 80.7%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사우디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장기적 원유 수출처를 확보하고 중국업체들은 지분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는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며 "유가하락으로 재정이 악화된 사우디로선 앞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업체들의 프로젝트 수주 등을 원유 수입 확대 조건으로 내걸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가수주로 악명높은 중국업체들이 정부 지원사격까지 받으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