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선진국發 통상압력 강화"녹색산업정책… 세계무역 2744억달러 감소무역장벽, 수출통제 넘어 해외투자까지"한국에게 매우 도전적인 상황"
-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가의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글로벌 무역규모가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대응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개회사에서 "전세계 경제성장과 무역규모의 동행성이 약화되는 등 글로벌 각자도생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며 "다자경제질서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보조금이 꼽힌다. 버나드 호크먼 유럽대학연구소 교수는 "전체 통상정책 1806건 중 보조금 수단이 1030건으로 57.0%를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조금 정책이 주요 산업을 선진국이 흡수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일감을 뺏어가고 있다는 의미다.실제로 지난해 발표되거나 실행된 1800여개 통상정책 중 70.9%는 선전국에 의해 실행됐고, 이 중 47.7%가 중국·EU·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호크먼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녹색산업정책으로 지난해 세계 무역규모가 2744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통상정책이 적용되는 분야와 동기가 변하는 것도 특징이다. 안보(25.7%), 첨단기술(20.6%), 저탄소기술(15.3%) 분야를 중심으로 통상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28.1%), 공급망 안정성(15.2%) 등 비전통적 동기가 증가하는 추세다.호크먼 교수는 "불확실한 국제 정세 가운데 각국 정부는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정책 수행에 따른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비전통적 동기와 관련해 공통된 이해관계를 지니는 유사 입장국들과의 협력이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선진국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살포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차세대 먹거리에서 우리나라는 점차 설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경제안보 시대로 전환과 보호무역주의가 중요한 정책 도구로 활용되는 현 상황은 한국에게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라며 "지지부진했던 CPTPP 가입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지칭하는 CPTPP는 일본, 베트남, 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가 참여하는 경제동맹체다. 우리나라는 중국 중심의 경제동반자협정(RECP)에는 가입돼 있지만, CPTPP은 그렇지 못 해 대중국 무역제재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트럼프 당선시 통상 압력 가중될 것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중국 견제는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무역장벽의 범위가 수출통제 위주에서 해외직접투자 및 전문인력 이동 통제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이어 "해리스 후보 당선 시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가 대체적으로 이어질 것이나 노동, 인권, 환경 관련 통상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취임 직후부터 관세를 중심으로 통상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유명희 서울대 교수도 "공급망, 첨단기술, 탄소중립 분야 중심의 통상정책 재편과 주요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불확실한 통상환경에 대한 다층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리스크 대응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