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수요 > 공급" "후발주자들 적기 공급 어려울 것"늘어나는 컴퓨팅 파워 … AI 투자 지속범용 메모리도 재고 수준 회복 기대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지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를 넘어서는 실적을 거두며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성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반도체 겨울론을 사실상 정면 반박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과잉 우려 또한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 "HBM 수요 우위 내년에도"...'AI' 여전히 강력한 성장동력 확신

    SK하이닉스는 24일 지난 3분기 경영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들의 지속적인 AI 투자 확대 의지가 반영돼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 시점에서 AI 반도체나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공급보다 수요가 강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고객사들이 일반 D램과 달리 HBM에 대해서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HBM 공급과잉론'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일부에서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겨울'을 다시 언급하면서 AI 수요 급증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HBM도 내년 공급과잉 상황을 맞으면서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에는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성장한만큼 내년 이후엔 빠르게 투자 열기가 식을 것이라는 'AI 회의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AI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강력하게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AI 기술은 단순히 학습된 패턴을 생성하거나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생성하고, 추론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시간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컴퓨팅 파워 요구량이 더 늘어나고 예산 재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고객이 원하는 사양과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HBM 공급과잉설을 주장한 측에서는 삼성의 본격적인 5세대 HBM 시장 진입으로 공급과잉 상황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HBM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 난이도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량이나 고객사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들을 감안하면 메모리업계가 고객들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앞서 이미 내년 HBM 생산분까지 '완판'을 외친 SK하이닉스는 추가적으로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선단 공정 전환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의 추가적인 수요에 대비해 작년 대비 2배 이상의 생산능력(CAPA)을 확보한다는 당사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 중"이라며 "다만 당초 계획보다 증가된 수요를 모두 대응하기에는 당사 생산 여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HBM3E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당사는 가능한 빠르게 HBM3와 DDR4 등에서 활용됐던 레거시 테크를 선단 공정으로 전환해 수요가 둔화되는 제품 생산을 줄이고 HBM3E 생산을 확대하는데 집중해서 고객 추가 수요에 최대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 반도체대전 2024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 구조 설명 모형 및 HBM3E 12단 제품 ⓒ장소희 기자
    ▲ 반도체대전 2024에 전시된 SK하이닉스 HBM 구조 설명 모형 및 HBM3E 12단 제품 ⓒ장소희 기자
    ◇ 범용 메모리 재고 '내년 상반기' 해결 전망...힘 잃은 겨울론

    반도체 겨울론의 진원지로 꼽힌 범용 D램 업황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범용 D램 시장은 PC와 모바일, 소비자향 제품 수요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높은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지 못했고 메모리 제조사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상대적으로 줄어든 범용 제품 라인으로 유연하게 생산 계획을 이어나간다면 내년 상반기엔 범용 재고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PC와 모바일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당사는 생산 계획을 조정해 재고 비중이 높은 일부 레거시 제품의 생산 비중을 계획보다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면서 "HBM 생산 확대로 D램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높은 DDR5와 LPDDR5 재고는 현재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유연한 생산 계획을 통해서 레거시 제품 재고를 점진적으로 소진하게 된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업계 전반의 레거시 재고가 정상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수요 개선세가 D램보다 더 더뎠던 낸드 플래시도 내년엔 AI 수혜를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수요는 예상보다 더디게 개선되고 있으나 내년에는 AI PC와 AI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되고 교체 수요까지 발생하면서 낸드 수요 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 개선된 시장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