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부총리 보고에 日 자민당 승리 예측… 전망 빗나가KDI·산업硏 "美대선 우선" 日 격변에 산업영향 큰데도 무관심 올해 세계 선거의 해… 불확실성 커지는데 손놓고 있다는 비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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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참패로 국내 경제·안보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들이 선거 결과를 전혀 예측 못했거나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제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은 아예 관심을 두지않은 채 내부 분석이나 대외 보고서 한 장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29일 관가 등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경제부총리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 일본 중의원 선거는 여당인 자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어도 여당의 승리, 패배 양쪽 시나리오를 모두 상정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자민당은 일본 최대 정당이자 현재 집권당이다.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2021년 등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일반적으로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획득한 세력이 총리 자리를 차지하고 내각을 운영하게 된다.하지만 결과를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 27일 치러진 선거에서 현 의석(247석)보다 56석 줄어든 191석을 얻는 데 그치며 단독 과반(233석)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의석 수가 98석에서 148석으로 늘어나며 약진했다.자민당의 의석 수는 2009년 총선에서 119석으로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겼던 이후 최저 수준이며, 단독 과반을 놓친 것 역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자민당의 참패는 정치 비자금 문제로 불거진 부패 정당 이미지와 고물가·경제난에 따른 일본 유권자의 심판으로 풀이된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 내에서도 선거 결과가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고, 최근 보고를 통해 자민당이 과반수가 될 거라는 전제하에 이야기했었는데 예상이 틀렸다"면서 "일본 정치의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자조적으로 언급했다.KDI나 산업연구원 등 다른 국책연구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국책기관으로서 국내외 현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알려주는 역할이 중요하지만 일본 정치 격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일본보다는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KDI 관계자는 "일본 정치까지 예측하고 있지 않다"면서 "정치 관련 전문기관이 아닐뿐더러 그걸 예상하고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엔·달러가 떨어지면 한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 주시하고 있는 건 미국 대선이고, 일본까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도 "연구원은 산업 관련 연구를 하는 곳으로 정치에 대해서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올해는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경제 행위가 벌어지는 선거의 해다. 대만과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인도와 우리나라 등에서는 총선이 실시되는 등 대략 47개국에서 전국적인 선거를 마쳤거나 앞둔 상태다.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선거가 경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5.7%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각국의 선거 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당장 오는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치러진다. 미국의 선거 결과가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책 연구기관을 비롯해 금융, 증권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연구 및 정책 보고서들이 쏟아내고 있다.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인 만큼 미국 대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한 곳에 집중하면서 다른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만 보더라도 중국과 미국에 비해 수출액 비중은 작지만, 지난해 290억달러로 비중은 4.5% 차지했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어디가 될지 모르니까 (국내 연구원에서) 거기에 대한 예측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미국 선거가 크니까 매몰돼 있고, 우리나라 정치가 지금 복잡하고 북한과의 파병 문제도 있으니까, 이런 경제 부분이 좀 관심 밖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미국 선거가 끝난 후 일본이 금리를 높일 것인지 안 높일 것인지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값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가 영향을 받고, 한일 관계 등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언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 40년 동안 어느 당이 집권하든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면서도 "반도체, 자동차 등 일본과 겹치는 산업을 어떻게 우리가 가져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