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1.4%, 의결권 염두MBK 38.47% vs 최 회장 36.8% … 지분 차 1%대 축소MBK 발끈 … "경영권 보전 위한 자사주 처분 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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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오는 30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을 추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청구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모아진다.2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9시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사회 안건 소집 시에는 안건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안건이라고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이날 이사회에서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내용을 의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5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맺고 자사주 28만9703주(약 1.4%)를 간접 보유 중으로, 신탁 기간은 다음 달 8일 종료된다.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MBK 연합과 지분율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 회장이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 지분 확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최 회장 측 고려아연 지분율은 기존 3.99%에서 우군으로 나선 베인캐피탈이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1.41%를 더해 35.4%로 높아졌다. 앞서 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지분율을 38.47%까지 확보, 양측 지분율 격차는 약 3%p 수준이다.최 회장이 신탁계약으로 보유한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넘기는 경우 지분율은 36.8%로 확대된다. 이때 MBK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는 1.67%p로 좁혀지게 된다.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에서 MBK 측이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앞서 MBK 연합은 전날 고려아연 이사회를 상대로 ‘신규 이사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려아연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MBK 측은 법원에 임시 주총 개최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 결정에 따라 1~2개월 후 주총이 열리게 된다. MBK가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더 늘릴 위험이 있으므로 최 회장 측이 빨리 임시 주총을 열고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여 표 대결로 가는 경우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지목되는 국민연금의 판단에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의 92.5%를 찬성하며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해 온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의견만 짧게 밝힌 상태다.MBK 측은 고려아연이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고 보고, 이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행위란 설명이다.MBK 측은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있다”면서 “또한 자기주식에 대한 우리사주조합 처분은 소각 계획을 신뢰하고 주식을 매입한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일이며, 주주환원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