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모두 미국 우선주의…"험로 예상"'프렌드쇼어링' 반도체·배터리 경쟁 심화 가능성생산공장 발주 감소 우려…친환경 국내사엔 악재
  • ▲ 선거유세 중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 선거유세 중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건설업계가 주판알 굴리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망은 썩 밝지만은 않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 모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험로가 예상된다는게 업계 공통된 반응이다. 미국 수주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4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대통령은 대선 막판까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날 해리스 부통령이 7개 경합주 가운데 4곳에서 근소하게 우위라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선결과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 못지않은 핵심 수주텃밭이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지난해 미국 누적수주액은 99억8300만달러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 333억1399만달러 가운데 30.0%가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반도체공장 등 미국내 국내그룹 발주물량이 줄어 올해 수주액은 26억달러에 머물러있지만 순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를 기록중이다.

    건설업계는 해리스 부통령 당선이 트럼프 전대통령보다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무조건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부통령측은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동맹·우방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CHIPS) 등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법안은 미국내 반도체나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약 9조원을, SK하이닉스는 6200억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통상 이들기업 생산공장 발주물량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나 SK에코엔지니어링 같은 그룹계열사로 넘어간다.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삼성전자
    문제는 프렌드 쇼어링으로 미국진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경우 유럽이나 아시아 글로벌기업과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삼성전자 경쟁사인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2분기 기준 글로벌시장 점유율은 62.3%에 달하고 있다.

    미국에선 약 9조원을 지원받아 애리조나주 등 3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

    경쟁사들의 시장확대로 국내기업 점유율이 줄면 그만큼 공사 발주물량과 공사를 수행할 건설사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미국 민주당 정책이 상당부분 우경화됐고 해리스 부통령도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당선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미국 제조업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최근 고용지표까지 악화돼 해리스 정부도 자국기업을 우선 챙길 수밖에 없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도 현지 수주가 활기를 띠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대통령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 본국 복귀)을 악재, 프렌드 쇼어링을 호재로 단순하게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친환경 정책도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사업 발주가 늘 수 있지만 반면 국내건설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화공플랜트는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표면상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수 있지만 문제는 파이 자체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특히 신재생 쪽은 유럽업체들이 강세라 국내사들의 시장 공략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해리스든 트럼프든 현지 수주환경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미국 그룹사 발주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동남아나 유럽 등 신시장을 뚫는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