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4일 만에 돌변… "예외모형 인정"에서 "'우' 범하지 말아야"A 손보사 만기 직전 해지율 급락, B사 17년간 해지율 유지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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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무·저해지 보험 운영에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 7일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각 보험사의 특성을 반영한 예외모형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4일 만에 '원칙모형' 적용을 강조하며 입장을 바꿔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11일 열린 ‘금리 하락기의 IFRS17 안정화 및 보험사 리스크관리’ 간담회에서 “실적 악화를 감추기 위한 예외모형 선택을 피해야 한다”며 원칙모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기존의 유연한 입장에서 강경한 규제 방침으로 전환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간담회에 앞서 일부 보험사에 예외모형 선택 시 대주주 면담을 진행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사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상적 무·저해지 해지율 실태… 금융당국, 칼날 겨눈다

    조승래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대형 손보사 A사는 20년납 무해지 상품 해지율을 매년 0.2~0.4%p로 하향 조정하다가 만기를 앞둔 3년간 급격히 하락시켜 만기 시 해지율이 '0%'에 수렴되도록 설정했다.

    B사 역시 30년납 무해지 상품을 11년차부터 27년차까지 17년간 동일한 해지율(2.2%)을 유지하다가 만기 직전 급격히 하락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C사의 경우 30년납 무해지 상품을 17년간 동일한 해지율로 운용하다 만기 직전에 0%로 조정했다.

    중소형 손보사도 최종 해지율을 급격히 조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D사의 경우 20년납 무해지 상품에서 초기 11.2%의 해지율을 11년 차에 1.8%로 낮춘 뒤 이후 6년간 1.5%를 유지하다가 만기 직전 급락시켰다.

    해지율은 손보사의 CSM(보험계약마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다. 해지율이 높게 설정될 경우 보험사의 수익이 부풀려져 재무제표 상 높은 수익성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해지율은 킥스(K-ICS·신지급여력비율)와도 연관이 있어 과도한 조정 시 재무 건전성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의 강경 메시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지난 7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원칙모형 적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대신 저렴한 보험료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해지율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킥스비율의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들에서 무·저해지 보험 비중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 1120억원 중 무해지보험이 703억원(63%)을 차지했다. 이어 DB손해보험 39%(344억원) 메리츠화재 34%(200억원) KB손해보험 28%(201억원) 현대해상 22%(160억원) 순이었다. 

    주요 손보사들은 예외모형을 선택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의 원칙모형 고수 방침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으로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가 내년 4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현실적 해지율 반영에 따른 보험사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보험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