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건설 현금흐름 1년만 -256억…"번돈 보다 쓴게 더 많아"우크라 부도바와 MOU 체결한 삼부토건…3개월치 임금체불'업력 71년' 이화공영, 누적손실 97억…1년만 적자규모 11배범양건영 '계속기업 불확실' 감사의견…누적 부채비율 434%
  • ▲ 우크라이나 테르노필시 내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테르노필시 내 한 아파트가 러시아군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우크라이나 테마주'로 꼽히는 중견건설사 상당수가 실상은 적자경영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영실적과 재무건전성 면면을 보면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이 열려도 관련사업을 수행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경우 유럽연합(EU)과 중국 기업영향력이 막강해 국내 중견건설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꼽히는 중견건설사는 △일성건설(시공능력평가 56위)  △삼부토건(71위) △이화공영(134위) △범양건영(182위) 등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상황에 따라 주가 급등락을 반복해오던 이들 건설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후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즉각적인 휴전을 공언해온 트럼프 당선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테마주 건설사들의 재건시장 진출은 안갯속에 빠져있다.

    원자재값 상승과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경영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이미 적자늪에 빠져있는 이들 건설사가 유수 해외업체들을 제치고 재건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예컨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테마주 건설사중 한곳인 일성건설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8억원을 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6억원에서 1년만에 마이너스(-) 15억원으로 떨어지며 적자전환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225%로 위험성기준인 200%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137억원에서 -256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 결과 보유중인 현금성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도 348억원에서 166억원으로 1년새 반토막났다.

    1978년 설립된 일성건설은 토목·건축공사와 조경, 아파트 분양 등으로 성장해왔다.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는 56위로 직전년대비 13계단이나 상승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약인 기본주택 정책수혜주로 꼽히며 업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삼부토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건설사 부도바(BUDOVA)와 주택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시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지만 경영난에 발목이 잡혀있다.

    장기간 실적악화 여파로 3개월치 임금이 체불되는 등 당장 급한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 1호로서 1965~1970년 시평 3위까지 올랐던 이 회사는 2020년부터 3년째 적자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영업손실 규모는 781억원에 달했고 올해에도 3분기 누적손실이 678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도 3분기 기준 838%까지 치솟는 등 사실상 자본잠식에 빠져있다.
  • ▲ 우크라이나내 한 국제공항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내 한 국제공항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연합뉴스
    업력 71년을 자랑하는 이화공영도 1~3분기 9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3분기 경우 7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적자규모가 11배 불어났다.

    또한 1958년 문을 연 부산지역 건설사인 범양건영은 지속적인 실적악화 탓에 지난해와 올상반기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는 영업손실과 부채증가 등으로 재무상태가 불안정해졌음을 의미한다.

    실제 범양건영은 1~3분기 21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동기 10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적자규모가 1년새 21배나 커진 셈이다.

    재무건전성도 부채비율이 3분기 434%에 달하는 등 이미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건설업계에선 우크라이나 재건시장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원자력발전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건설사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미 EU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전쟁중에도 현지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재건프로젝트도 이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전쟁물자를 지속 지원해온 EU와 미국기업들이 우선참여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제사회 우크라이나 지원현황' 통계에 따르면 미국과 EU 비중이 58.0%에 달했다.

    반면 한국 지원비중은 0.4%에 불과하다.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4.1%)에도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다.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정부는 피해복구 및 재건 비용 조달을 국제사회 원조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상원조 재원을 토대로 추진되는 재건사업은 해당공여국의 참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지원액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건사업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