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기업결합일 6개월 내에 통합안 제출해야윤석열 대통령 '관심 사항'으로 고심 커져대한항공 "전문 컨설팅업체와 협업 후 신중 결정"양사 통합 마일리지 이연수익 3조5000억원 넘어
  •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마일리지 통합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의 마일리지 통합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뉴데일리DB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에 필요한 심사 과정을 완료하면서 양사 마일리지 통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양사 마일리지의 가치, 등급체계가 다른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언급하기도 해서 대한항공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 통합 방안은 지난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돼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년 동안 독립 운영 기간을 가진 후에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통합 마일리지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항공 측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공정위에 개편 방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전문 컨설팅 업체와 협업해 양사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반기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각각 2조5278억원, 9758억원이다. 합하면 3조5036억원 규모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2조2943억원(대한항공), 8053억원(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각각 10.2%, 21.2% 증가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12월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양사 모두 이를 해소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해소를 위해 한시적으로 ‘마일리지 특별기’를 띄우기로 했다. 그러나 ‘김포~제주’ 노선에 국한됐고 항공편이 840석(대한항공), 4500석(아시아나항공)에 불과해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양사 마일리지 개편의 대안으로 1:1 비율의 통합이 거론된다. 지난 2008년 미국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할 당시 마일리지 비율을 축소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 ▲ 양사 합병으로 메가 캐리어가 탄생할 전망이다. ⓒ뉴데일리DB
    ▲ 양사 합병으로 메가 캐리어가 탄생할 전망이다. ⓒ뉴데일리DB
    하지만 이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가치보다 높기 때문이다. 

    제휴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에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에 1마일 정도로 적립된다. 이에 따라 1:1 통합이 이뤄지면 대한항공 고객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양사 간 마일리지 등급 체계가 다른 점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대한항공은 ▲모닝캄(5만 마일 이상) ▲모닝캄 프리미엄(50만 마일 이상) ▲밀리언 마일러(100만 마일 이상)로 구성됐다. 

    아시아나항공은 ▲골드(2만 마일 이상) ▲다이아몬드(4만 마일 이상) ▲다이아몬드 플러스(10만 마일 이상) ▲플래티늄(100만 마일 이상) 체제여서 둥급체계 통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사 마일리지 사안이 윤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라는 점도 대한항공은 고심을 거듭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3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두 기업이 합병해 하나의 거대 항공사가 되면 국민들께서 그동안 적립한 마일리지가 깎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면서 “단 1마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항공 커뮤니티 중심으로 마일리지로 항공권 좌석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양사 고객들 모두 손해를 입지 않도록 정확한 기준에 따라 세심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마일리지 활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