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리‧제일‧수협은행장, 줄줄이 연임 ‘고배’신한금융, 이달 중순 차기 신한은행장 발표 전망정상혁, ‘실적‧상생금융‧내부통제’ 종합성적표 ‘우수’무난한 연임 관측 속 금융권 ‘쇄신 바람’ 변수
  • ▲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제공.
    ▲ 정상혁 신한은행장. ⓒ신한은행 제공.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첫 연임 도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과 상생금융, 내부통제까지 무결점에 가까운 한 해를 보냈지만 최근 금융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올 연말 금융권 인사시즌에서는 현 은행장들이 연전연패 중이다. 현재까지 차기 행장이 결정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Sh수협은행, SC제일은행이 모두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됐다.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은행권 영업실적이 대체로 좋았던 만큼 무난한 연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과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교체’ 바람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는 지난 9월부터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정상혁 행장의 임기는 오는 31일로, 신한금융은 이달 중순께 차기행장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 행장은 자추위가 가동되기 전부터 일찍이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외 실적은 물론 상생‧기술금융, 내부통제까지 연임을 피력할 무기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정 행장이 이끈 신한은행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3조102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19.4% 증가한 수치로, 올해 연간 기준 리딩뱅크 탈환이 유력하다. 해외법인 실적도 올 3분기 누적 순익 4343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상생 프로젝트 실험에도 적극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부터 신한저축은행 고객의 우량한 대출을 받아 이자가 낮은 은행 대출로 대환해주는 ‘브링업 밸류업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일류 신한'으로 거듭나자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술금융도 압도적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43조63억원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많았다. 2위를 기록한 하나은행과는 약 8조원 차이로, 지난해 말 대비 잔액이 증가한 것도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이번 인사시즌 은행장들의 연임을 위태롭게 하는 내부통제 문제에 있어서도 정 행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임기 중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도 금융당국에 1등으로 제출해 업계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흠잡을 데 없는 한해를 보냈지만, 국민은행처럼 조직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은행의 경우 부당대출 사건 등으로 은행장 교체가 예상됐지만, 국민은행은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수습과 실적을 근거로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쇄신 압박 수위가 높아 직접적으로 지목되지 않은 금융지주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은행들의 행장 선임 과정에 대해 사후적인 점검이 이뤄질 수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뒤 “선임 절차가 최소한 원칙을 지켜서 이뤄졌는지,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등은 사후적으로 적정성이 검증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해 뒀다”며 “금감원도 각 금융사의 주요 임원 선임 과정을 점검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