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 변동성 심화하며 롤러코스터 장세 연출다행히 유동성공급 등 선제 대응에 '패닉 장세' 없어하지만 정치적 불안 여전… '셀코리아' '신인도 하락' 우려내각 총사퇴에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 "사의표명 능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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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국내 증시와 가상화폐 등 자본시장이 요동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대형 악재에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이어졌다. 이번 계엄령 사태가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내각 총사퇴 가능성에 따른 국정 마비까지 우려되는 형국이다.◇정치 불확실성에 트리플 약세 우려비상계엄이 선포됨에 따라 1446원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7.2원이 오른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종가 기준으로도 2년 1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전날 2500선에서 마감한 코스피는 하락출발하며 2400선으로 내려왔고 전 거래일보다 36.10(1.44%) 내린 2464.0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4092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13.65포인트(1.9%) 내린 677.15에 장을 마쳤다.계엄 여파로 불안한 장세가 연출됐지만 우려했던 '패닉'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고 10조원 규모 증시안정펀드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구두 개입 하면서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에 나선 덕이다.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투자를 거둬들이는 '셀코리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장기로 국가신용등급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하다.국가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할 때 언급했던 예산안을 둘러싸고 있는 교착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정치적 갈등 장기화로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계엄령 이슈는 단발성으로 그칠 것으로 보이나 위험관리 차원에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흐름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가팔라질 경우 주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상승의 트리플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민경원 우리은행연구원도 "향후 한국 정국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코스피, 한국 국고채 등 원화 자산에 대한 투심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 자금 매도세가 본격적으로 확인될 경우 환율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약속했지만 원화에 닥칠 비상계엄 후폭풍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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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총사퇴 가능성에 국정 공백 우려이런 가운데 대통령 고위 참모진에 이어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경제·안보가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은 셈이다.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은 모두 19명이다.앞서 이날 오전에는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이와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와 함께 내각 총사퇴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내각 총사퇴 등 국정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심화와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조동준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각 사퇴는 굉장히 무책임한 것으로 능사가 아니다"며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면 더 큰 혼란이 불거지고 현 상황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고, 정부 차원에서도 긴급대응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국정 전반이 마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정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에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예산 샅바싸움도 동력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정 교수는 "국정마비 현상 등으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 투자나 소비심리가 급감해 실물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며 "내수 침체 등 위기에 봉착해 있는 한국 경제를 더 수렁으로 끌고 들어갈 위험성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