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에 시장 살얼음판…증시 하락. 환율 고공행진 지속 정치 갈등 장기화에 국제신용평가기관들 우려 시각 커져 경제부총리 해외에 서한 보내 투자자 달랬지만 장기화땐 한계신용등급 강등 땐 금융위기 버금가는 경제 파장 가능성여야 정치권, 어떤 형식이든 계엄정국 조기 결론내야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지난 3일 밤부터 이어진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해제 영향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엄 정국의 영향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질 경우 우리 경제에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파장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15포인트(-0.90%) 하락한 2441.85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3201억원 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역시 6.21포인트(-0.92%) 내리며 670.94에 장을 마쳤다.  

    계엄령 후폭풍이 2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지난 5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44%, -1.98% 급락 마감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5.0원 상승한 1415.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나흘 연속 오르며 지난달 29일(1394.7원)보다 20.4원이 올랐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 4일(1419.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정치적 리스크로 확대된 만큼, 국내 증시가 약세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전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하면서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투자 심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사태 여파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의 경우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난 2015년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인 Aa2를 부여한 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stable)이다.

    전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보고서에서 비상 계엄령 사태로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인구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할 정부 역량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 언급한 예산안을 둘러싼 교착 상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며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법안을 통과해 효과적으로 실행할 정부 역량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와 같은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사태로 신용평가사의 한국 전망이 달라질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 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이 변할 수 있고 코스피가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한국 신용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라며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3대 신용평가사인 S&P도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S&P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는 신용등급 AA 수준의 국가에서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투자자들에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켰을 수 있다. 투자 심리 정상화에 시간이 더 걸릴 것요하다”고 밝혔다.

    강민주 ING 선임 이코노미스트 또한 "현 단계에서는 사태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정치 지형과 경제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낳았다"라며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 변경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정국 불안을 크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수록 금융시장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며 "여야가 어떤 형식이든 계엄정국에 대한 조기 결론을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정부도 최근 국가 신용등급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내년도 예산안 단독 감액안을 두고 "예산 등 정책 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 해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와 더불어 전일 각국 재무장관·국제기구에 계엄령 해제 이후 한국의 국가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의 긴급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는 서한을 통해 "비상계엄 및 이에 따라 발령된 모든 조치는 헌법과 관계 법률에 따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됐다"라며 "한국의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또한 "관련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경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수출 등 경제활동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신인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해외에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지내기도 한 이 총재에게 문의가 쏟아질 만큼 해외의 충격이 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