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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등 주요 4대 그룹이 ‘안정 속 쇄신’에 방점을 찍은 정기 인사를 마무리했다. 사장단 유임으로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기술 중심의 젊은 인재를 등용해 미래 사업 경쟁력도 챙겼다. 또 국제 정세에 정통한 인재를 영입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위기 관리에 나선 모습도 엿보인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SK 그룹을 마지막으로 국내 4대 그룹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삼성·SK·LG는 사장단 대부분을 유임하며 안정을 다졌고, 현대차는 인사 원칙인 성과·능력주의를 토대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예년 대비 승진 규모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3명보다 6명 감소한 137명의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고,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 계열사 임원 승진자도 56명에서 38명으로 감소했다.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둔 SK그룹 역시 4년 새 가장 적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의 신규 임원 선임 규모는 2022년 164명에서 매년 감소하다 올해 75명까지 줄었다. LG그룹의 승진 인원도 지난해 139명에서 올해 121명으로 축소됐다.
다만 기술통 중심의 젊은 인재가 등용되고, 국제 정세를 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도 영입됐다. SK그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출신인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SK아메리카스 대관 총괄로 임명하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 정책, 환경 분야에 정통한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주인도네이사 대사를 역임한 성 김 사장을 영입했다.
특히 미래 사업을 이끌 기술통을 중심으로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성과를 낸 최주선 사장을 삼성SDI 대표이사로 재배치하고, AI 전문가인 이준희 삼성전자 부사장을 삼성SDS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하이닉스는 그룹사 인원 감축 기조와 달리 신규 임원(연구 위원 포함)을 35명 배출하며 최대 승진자를 배출했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 담당이 임원으로 승진하고, 안현 솔루션 개발 담당 겸 NS커미티 부사장이 개발총괄 사장에 올랐다.
이 같은 기조는 사장단 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 정현호·전영현·한종희 부회장은 3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으며 각각 사업지원 TF, 디바이스경험(DX),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을 맡았다. 다만 위기론이 나오는 반도체 사업부문에선 사장단 교체가 이뤄졌으며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의 인사가 이뤄졌다.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한진만 부사장은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대부분 유임했다. 앞서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 5곳의 사장을 교체한 SK는 이번 인사에서 기존의 사장단 체제를 유지했다. 이 가운데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SK디스커버리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현대차 그룹은 처음으로 외국인 대표를 발탁하며 성과주의 중심의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겸 북미권역본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고, 장재훈 대표이사가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 그룹에서도 LG유플러스를 제외한 사장단이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미국 전문가로 통하는 권봉석 (주)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인 체제를 유지했다. 현신균 LG CNS 대표,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모두 유임됐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사장이 물러나고,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재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발 리스크가 확대되고, 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가 화두가 되면서 대내외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래 기술력, 국제 정세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