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지지층에서 탄핵 주도 세력으로 변화의정 갈등 상황서 '처단 포고령' 패착 전향적 태도 변화로 여야의정협의체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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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견고한 보수 지지 세력이었지만 완벽히 돌아섰다. 이제 정권 탄핵에 앞장서는 강력한 집단으로 전환됐다. 야당의 공세와 다른 지점에서 커다란 분노가 표출되는 모양새다.공교롭게도 탄핵으로 물러난 임현택 전 의사협회장은 지난 3월 당선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협이 선거에서 20~30석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엔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막말로 치부됐으나 의사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깨질 수 있음을 경고한 첫 발언이었다.4.10 총선은 의대증원이라는 대국민 흥행카드를 쥐고 있었음에도 여당의 참패로 돌아갔다.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 길은 없겠으나 많은 의사가 당적을 팠고 의(醫)심도 빠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특단의 결정이 아니라면 봉합이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이 사실을 알면서도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맞서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정책을 강행했다. 이로써 얻은 결론은 의대 신입생은 늘고 사직 전공의는 내년 3월에도 미복귀 상태가 되는 것이다.분명 전공의의 집단행동은 의료대란을 만든 원인이었다. 그렇다고 환자를 살리려는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도 없었다.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악마화'를 주고받으며 10개월이 흘렀다.그러다 지난 3일 밤 생뚱맞은 비상계엄이 터졌고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이 나왔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어가 명시된 순간 14만 의사는 완벽히 정권의 반대편에 선다. 설득력이 부족했던 의사들의 논리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한 의료계 원로는 "만약 의대증원이나 처단 포고령이 아니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낭떠러지에 있을 때, 국민의힘이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 지켜주려 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보수 정권이 같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을 넘어 주적으로 취급받은 것이니 정권 퇴진 운동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실제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거리로 나와 탄핵을 외쳤고 의대교수들도 시국선언 대회를 열고 책임자 문책을 강조했다. 이러한 투쟁의 물결은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의협에 새 수장이 선출되면 더 큰 파도가 몰아닥칠 것이 분명하다.각 분야가 혼란에 휩싸인 상태지만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국민이 안심한다. 가뜩이나 탄핵소추안 표결서 도망쳐 야당의 공격과 국민적 공분을 받는 국민의힘이 이미지 쇄신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으로 해결이 가능한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처단 포고령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한동훈 당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협의체는 무용론 비판이 있었지만 의정 갈등 봉합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였다. 2선으로 밀려난 윤석열 대통령 대신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 주도로 협의체 재가동을 추진하고 최대한 환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협상안을 올해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의료붕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