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판매수수료 분할 지급 확대… "부당환승 막는다"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의 문제점으로 꼽혀온 상품 판매수수료 선지급 관행에 대대적인 개선책을 내놓는다. 수수료를 장기간에 걸쳐 분할 지급해 계약 장기 유지를 유도하고 GA(법인보험대리점)에도 '1200%룰'을 적용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전날 열린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제5차 보험개혁회의' 논의 내용에 기반한 것이다.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판매수수료는 보험상품 가격 뿐 아니라 계약 유지율, 영업 관행 등 보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개혁과제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행으로 인해 사업비 경쟁이 격화하면서 판매수수료 선지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면서 두 계약의 주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는 '부당승환'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금융 소비자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가 잦아지는 것이다.

또 계약 1년차에는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1200%룰'이 GA 소속 설계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고액의 판매수수료를 정착지원금조로 지원해 설계사를 이직하게 하는 GA 간 스카우트 경쟁 부작용이 심화했다. 과도한 판매수수료는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고 보험사 건전성 저해요인으로도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이에 당국은 판매채널의 계약 유지·관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유지·관리 수수료를 매월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실상 1~2년씩 선지급으로 수수료가 지급됐으나 모집한 계약이 정상 유지되는 경우 길게는 3~7년가량 수수료를 분할 지급해 장기 유지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아울러 유지·관리 수수료가 과도하게 지급되지 않도록 지급한도도 별도 설정할 계획이다.

또한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와 GA에 지급할 떄에만 적용했던 1200%룰을 GA가 소속 설계사에게 지급할 때도 적용하도록 확대한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을 야기한 정착지원금도 1200%룰 한도에 포함한다.

금융위는 또 소비자가 상품의 판매 수수료를 정확히 알고 계약할 수 있도록 판매 수수료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한다. 보험가입 권유 시 해당 상품의 수수료율 정보가 수수료 안내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은 내년 1분기 중 설명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선방안이 소비자에게는 계약 유지·관리 서비스를 통한 만족도 상승 효과를 불러오고 설계사에게는 장기간 계약을 유지할 유인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며 "판매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국민 신뢰 회복과 판매 시장의 건전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