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5거래일간 2조3000억원 매도…외국인은 진정세금투세 폐지·내년도 예산안 국회 통과…불안 요인 ↓“저가 메리트 유효…낙폭 과대주 중심 회복 나설 것”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국내 증시에 비상계엄령 사태의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대한 우려로 ‘패닉셀(공포 매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증시에 약세 압력을 가할 추가적인 악재가 등장하지 않고 있어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4일부터 5거래일간 3.29% 하락했다. 전날까지는 5.58% 급락세였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회복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4.23% 내렸다.

    특히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개인은 양대 시장에서 2조299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외국인도 514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2조4644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별로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3378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으며 ▲삼성전자(2700억원) ▲네이버(2236억원) ▲카카오(1481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95억원) ▲유한양행(83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인투자자들의 투매를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 개인들은 지수·주가 하락 시 향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 증시를 떠받쳐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 5일 국내 증시를 덮친 ‘블랙먼데이’ 당시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6431억원, 8549억원을 팔아치웠지만, 개인 홀로 2조2739억원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돌아섰다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개인 손절매 이후 증시는 ‘가격조정’에서 ‘기간조정’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인의 패닉셀은 최근 주가 급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오전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야 3당 정무위원회 국회의원 자본시장 현안 대응 및 현장점검’에서 “최근 주가 급락은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한 결과”라며 “현재 증시는 외국인보다 개인들이 불안한 투자 심리를 매매에 반영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저가 매수 등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은 무서워서 팔면 안 되고 흥분해서 사면 안 된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국내 금융시장엔 공포가 확산해 있다”며 “그러나 외국의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유지했고 한국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꼽자면 경기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의 부재일 것”이라고 밝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정치 혼란이 경제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쳤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각각 2차 석유파동, 중국 긴축 영향이었다”며 “국내 증시는 정치보다 대외 여건과 수출 영향에 좀 더 민감했던 만큼 정치 영향만으로 국내 증시가 부진하다면 기회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금융권에서 현재의 정치 불안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 증시에 돌발적인 약세 압력을 가할 만한 새로운 정치 악재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전날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완화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 측이 시장 안정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잇달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주식시장에서 정치 불확실성에 내성과 학습효과를 체득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여전히 유효한 저가 메리트 인식 속 국내 정국 혼란 수습 기대감과 금투세 폐지 소식 등에 힘입어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지수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새로운 리더십 선출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으며 2025년 연간기업이익추정치 하향이 마무리될지 여부, 미국의 감세 및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시행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리더십 선출 국면 전환 시 대외정책(대중·대일관계) 변화 가능성, 또한 밸류업보다는 ESG(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수 있으며 방산보다는 남북경협, 소부장 국산화 이슈의 재부각, 중소형주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 확대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