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외환거래일 30일 환율 1475원 출발한 총리 탄핵소추안 후 원·달러 환율 첫 1480원 돌파 원화 가치 한 달 새 5% 급락… 달러화 9년 만 최고 상승전문가들 내년 환율 1500원 ‘뉴노멀’ 우려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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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연쇄 탄핵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에만 50원 이상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1500원’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보다 7.5원 오른 1475원에 출발했다. 이는 장 시작가 기준 지난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다.장 초반에는 소폭 내려 1470원대에서 등락하다가 이후 오전 10시에는 1460원대 후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계엄 선포 영향 등으로 이달 들어서만 50원 넘게 상승했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27일에는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이날 장 중에는 장중 1486.7원을 기록하며 149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환율은 지난 11월 6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선을 돌파했다. 미 대선 전후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나타나면서 환율은 큰 변동성을 보였다.이후에도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출범 예고에 무역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원화 약세가 이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내년 정책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을 시사한 점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여기 국내 정국 불안까지 더해져 원화 가치는 최근 한 달 사이 5% 추락했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80원 넘게 떨어지며 주요국 통화와 절하 폭을 비교했을 때 일본 엔화 다음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미국 달러화 가치는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전문가들은 내년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이 ‘1500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3~4%의 환율 변동은 통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바,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도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거시경제 불안, 트럼프 무역정책에 대응할 리더십 부재, 투자자의 원화 자산 회피 등을 고려하면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며 “내년 원·달러 환율의 뉴노멀은 1500원이 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도 “국내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관세정책을 곧바로 실행하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면 외국인이 환차손 때문에 떠나고 환율은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정치적 불안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변동성은 계속 확대되면서 1500원까지도 오를 위험이 있다”며 “국내 정세가 안정될 경우에도 1400원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