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옥석 가리기’ 장세 지속…수요예측서 ‘희비’IPO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준점 높아져…선택과 집중 필요“LG CNS 흥행 여부, 올해 IPO 시장 분위기 좌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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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파가 불어닥쳤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시장 침체와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공모 일정을 연기했던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는 데다 LG CNS 등 ‘대어(大魚)’급 기업들 다수가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다.다만, 연초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희비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이면서 ‘옥석 가리기’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1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마친 미용의료기기 기업 아스테라시스는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4000~4600원) 상단인 4600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투자자 총 2219곳이 참여해 31억7445만4700주를 신청했으며 경쟁률은 1242대 1을 기록했다. 공모금액은 약 168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68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아스테라시스는 14~15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거쳐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기업 삼양엔씨켐도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1만6000~1만8000원) 상단인 1만8000원에 확정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2242곳이 참여해 단순 경쟁률 1242.26대1을 보였다. 총공모액은 198억원, 상장 시총은 약 194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양엔씨켐은 이달 16~17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뒤 내달 3일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반면 데이원컴퍼니와 와이즈넛, 미트박스글로벌은 이들과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교육 콘텐츠 기업 데이원컴퍼니는 아스테라시스·삼양엔씨켐과 함께 6일부터 10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 공모가를 1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 공모가 범위(2만2000~2만6700원) 하단을 41% 하회하는 수준이다.데이원컴퍼니의 수요예측은 총 510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경쟁률도 115대 1에 그쳤다. 공모금액은 177억원, 상장 후 시총은 1769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시총 3622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데이원컴퍼니는 이달 15~16일 양일간 일반청약을 거쳐 같은 달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지난 3~9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업 와이즈넛은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2만4000~2만6000원) 하단을 29% 밑도는 1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370개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64.9대 1을 기록했다. 총공모금액은 153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2221억원 수준이다. 와이즈넛도 15~16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 뒤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축산물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의 경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까지 마쳤다. 앞서 지난 2~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공모가는 밴드(1만9000~2만3000원) 하단인 1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IPO 재수생’인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밴드 2만3000~2만8500원을 1만9000~2만3000원으로 약 17%가량 낮춘 바 있다.이어 13~14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는 총 8만9968건이 접수됐으며 459.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약 1조900억원이 모였다.올해 국내 증시 ‘1호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트박스글로벌은 오는 23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트박스글로벌의 흥행 여부가 IPO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첫 상장사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 16, 17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할 동방메디컬, 오름테라퓨틱도 미트박스글로벌과 같은 IPO 재수생이기 때문이다.또한 기관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정국 불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산재해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연초 증시에 입성하는 새내기주들의 경우 ‘연초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얼어붙었던 공모주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단기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상장을 연기했던 다수의 기업과 신규 기업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변화무쌍한 IPO 시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벌써 1월부터 수요예측·상장 일정이 다수 포진돼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의 IPO 밸류에이션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진 뒤로 기업별 상장일 주가 퍼포먼스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다만, LG CNS를 비롯해 DN솔루션즈, 서울보증보험, 롯데글로벌로지스, 달바글로벌 등 다수의 대어급 기업이 상장 채비에 나선 점은 호재로 꼽힌다. 이들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될 수 있어서다.특히 LG CNS는 이날까지 기관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을 마치고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5만3700~6만1900원이다. 이후 21일부터 22일까지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고 2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은 대어급들의 흥행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LG CNS의 흥행 여부가 향후 다른 기업의 IPO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