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1분기 7.3조 추산, 연간 목표 대비 36~38% '초과 집행'은행 주담대 1.5조 감소 … 정책대출이 수요 공백 흡수금리 7% vs 4%대 격차 … 보금자리론 쏠림 가속정책비중 20% 축소 방침과 충돌 … 당국 '속도 조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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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규제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위축되면서 정책금융으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공급액이 1분기 기준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면서 정책대출이 '과속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집계와 금융당국 데이터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보금자리론 공급액은 약 7조 3000억~7조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간 공급 목표(약 20조원)의 36~38%에 해당하는 규모로, 통상적인 분기 집행 비중(약 25%)을 크게 웃도는 속도다.

    월별 흐름을 보면 증가세는 더욱 뚜렷하다. 보금자리론 공급액은 1월 2조 4146억원, 2월 2조 5675억원으로 두 달간 4조 982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월별 공급 규모가 2조 4000억~2조 5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3월 역시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증가세는 단순 수요 확대를 넘어 민간 대출 감소분을 흡수하는 구조와 맞물려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3월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은 약 1조 5000억원 감소했다. 분기 기준 7조원 안팎의 보금자리론 공급 중 상당 부분이 민간 대출 축소분을 대체한 것으로 해석되며, 정책금융으로의 자금 이동 규모는 단순 집행액을 웃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연초부터 집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며 "민간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정책대출이 수요를 흡수하면서 사실상 대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상품 간 온도차도 뚜렷하다. 디딤돌대출은 한도 축소 영향으로 1분기 실행액이 약 4조원 수준에 그치며 전년 대비 감소한 반면, 보금자리론은 금리 경쟁력까지 확보하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를 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론 금리는 4%대 중반에 머물러 금리 격차도 확대됐다.

    문제는 정책 방향과 시장 흐름 간 괴리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정책대출 비중을 기존 약 30%에서 2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민간 대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책대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목표와 현실 간 간극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흐름은 반복됐다. 2021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되자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며 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로 수요가 급격히 이동했고, 일부 판매 채널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역시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책대출 공급을 일률적으로 줄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경우 실수요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대출을 억제할수록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속도가 이어질 경우 상반기 내 연간 공급 물량의 절반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은행권 대출문이 닫힌 상황에서) 정책대출 공급을 급격히 줄이기도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속도 조절이나 상품별 선별 관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