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0% 초과 대출 원금·이자 무효 … 사금융 ‘채권성’ 전면 차단대부업 이용자 112만→70만 급감, 합법 금융 축소 속 음지 확대일본 ‘야미킨’ 교훈 … 규제 후 불법 사채·협박 추심 확산영국도 7만명 대출 탈락, 강한 규제 뒤 ‘접근성 공백’ 발생“금융은 왜 잔인한가” … 김용범, 신용평가·금리 구조 전면 재설계 요구
  • ▲ 이재명 대통령 ⓒ연합
    ▲ 이재명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정면 겨냥한 초강력 메시지를 던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연 60%를 넘는 대부계약을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규정하며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된다"는 수준의 강경 기조다. 다만 시장에서는 대안 금융 없이 규제만 강화될 경우 일본식 '야미킨(불법 사채)' 확산 경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 대부는 무효이며 원금과 이자 모두 상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연 60% 초과 대출의 채권성을 전면 부정하고, 불법 추심 전화 차단 등 대응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 정책 의도는 명확하다. 불법 사금융의 수익 구조를 끊어 시장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규제의 빈틈'이 아니라 '공급의 공백'이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2025년 1만 7538건으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합법 대부업 이용자는 2021년 112만명에서 2024년 70만 8000명으로 줄었고, 대출 잔액도 14조 6000억원대에서 12조 3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제도권 금융이 축소되는 사이 음지 시장이 커지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사례는 단순 비교를 넘어선 경고로 읽힌다. 일본은 2006년 대금업법 개정을 통해 대부업 규제를 강화했고, 2010년부터는 금리 상한 인하와 총량규제를 전면 시행했다. 연소득의 3분의 1 이상 대출을 제한하고 최고금리를 20% 수준으로 낮추는 강도 높은 조치였다.

    정책 효과는 분명했다. 과도한 다중채무와 고금리 대출은 줄었고, 불법 추심 문제도 일정 부분 완화됐다. 하지만 동시에 합법 소비자금융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일부 취약 차주들이 '야미킨(闇金)'으로 불리는 불법 사채 시장으로 이동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야미킨은 연 수백~수천% 수준의 초고금리를 부과하고, 가족·직장 연락이나 개인정보 유포 협박까지 동원하는 방식으로 악명이 높았다. 일본에서는 규제 이후 합법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 차주들이 음지 시장으로 밀려나며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액 대출 → 연쇄 차입 → 불법 추심'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되며 정책의 역효과가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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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역시 초고금리 단기대출을 강하게 규제해 과도한 채무 확대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약 7만명(전체 이용자의 7%)이 합법 대출 시장에서 이탈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규제는 효과를 냈지만 금융 접근성 축소라는 비용을 동시에 낳았다.

    이 같은 해외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불법 사금융을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이를 대체할 합법 금융 공급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요는 더 위험한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와 맞물려 금융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왜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느냐"며 현행 금융 시스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나는 이 잔인한 금융 시스템의 공범"이라고 밝히며, 신용평가 체계와 대출 구조가 중·저신용자를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특히 국내 금융시장을 '가운데가 비어 있는 도넛 구조'로 규정했다. 은행권의 고신용자와 고위험 차주가 양극단에 몰리고, 중간 신용층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결국 취약 차주가 고금리 금융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다는 진단이다. 그는 "끊어진 시장을 다시 잇고 방치된 구간을 메워야 한다"며 금융 구조 재설계를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정책의 성패는 '차단'이 아니라 '연결'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법 사금융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동시에 중·저신용자를 흡수할 정책금융과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법 대출을 무효화하는 조치는 상징성이 크지만, 공급을 대체할 장치가 없으면 일본처럼 불법 시장이 더 조직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책금융 확대와 신용평가 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