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비생산 자본 전환" … 기업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검토일본, 부동산 60% 급락 후 NPL 40조엔 폭증, 장기불황 촉발5대은행 기업대출 860조 … 부동산 담보 최대 250조 영향권산은 300조·수은 150조 내외 익스포저, 충당금 부담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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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기업 부동산 규제 카드가 본격 검토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담보 리스크'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부담을 높여 자산을 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매각과 가격 하락을 거쳐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일본과 중국처럼 정부 주도의 부동산 억제 정책이 금융시장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에 묶인 자본을 생산적 분야로 이동시키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자본이 비생산적 시장, 대표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다"며 구조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고,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유 부담 강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이 과거 해외에서 금융 리스크로 이어졌던 경로와 유사하다는 점을 주목한다.

    ◇담보 붕괴→부실채권 40조엔 … 日, 금융경색·장기침체로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1980년대 후반 자산 버블이 정점에 이르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당시 정책 당국은 "토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왜곡이 심화된다"는 판단 아래 금융기관의 부동산 대출을 직접 통제하는 '총량 규제'를 도입했고, 기준금리도 단기간에 2%대에서 6%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토지 보유세 부담까지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부동산을 보유할수록 비용이 커지는 구조에 놓였다. 대출이 막히고 금리 부담이 급격히 커지자 토지와 오피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자산 매각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금융 긴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매수 수요는 급감했고, 시장에는 매물만 쌓이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이후 수년간 최대 60% 가까이 하락했다.

    더 큰 충격은 금융권에서 나타났다. 당시 일본 은행들은 기업 대출 상당 부분을 부동산 담보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가격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급격히 훼손되면서 대출이 부실화됐다. 그 결과 부실채권 규모는 1990년대 후반 40조엔(약 400조원 이상) 수준까지 급증했고,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으면서 신용 경색이 발생했다. 기업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며 일본 경제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됐다.

    ◇'규제→매각→담보 붕괴' … 中도 피하지 못한 금융 리스크

    중국 역시 정책 의도와 달리 금융 리스크로 확산된 전례가 있다. 중국 정부는 "주택은 거주를 위한 것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기조 아래 부동산 억제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도입된 '3대 레드라인(三条红线)' 규제는 개발업체의 부채 비율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정책은 부동산 기업들의 차입을 급격히 제한했고, 동시에 자산 매각을 압박하는 효과를 낳았다. 헝다 등 대형 개발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디폴트가 발생했고, 그 충격은 은행·신탁·자산관리상품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부동산 투자 비중이 GDP의 약 25%에 달했던 중국 경제는 투자 급감과 함께 성장 둔화 압력을 받았고, 금융 시스템 리스크도 장기화됐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정부가 부동산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순간, '기업 자산 매각 → 가격 하락 → 담보 붕괴 → 금융 부실'로 이어지는 경로가 작동했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보고 금융·세제 규제를 동시에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토지와 오피스를 계속 보유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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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250조 영향권 추정 … 부동산 담보 흔들리면 금융권 연쇄 충격

    국내 금융 구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26년 3월 말 기준 859조 7738억원에 달한다. 전체 은행권 기업대출이 1300조원을 웃도는 가운데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담보 비중을 보수적으로 30%만 적용해도 약 250조원 규모가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보유한 투자 부동산도 적지 않다. 포스코홀딩스 약 1조 6900억원, LG 1조 800억원, SK 1조 600억원 등 주요 그룹이 1조원 안팎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주요 6개 기업만 합쳐도 5조원을 넘는다.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이들 자산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격이 10%만 하락해도 담보가치 훼손으로 대출 축소, 추가 담보 요구, 금리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업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자산 매각을 부르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충격은 시중은행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산업은행(약 300조원 기업금융 익스포저)과 한국수출입은행(약 150조원 여신) 등 국책은행도 담보 재평가와 충당금 부담 확대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산은은 구조조정 기업 자산 매각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만큼 부동산 가격 하락 시 회수 지연과 손실 확대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정책은 이미 실행 단계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법인이 보유한 고가 주택 2630가구(공시가격 합계 약 5조 4000억원)를 전수 점검하고 필요 시 세무조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으며, 대상 법인만 1600여곳에 달한다. 기업이 보유한 종합합산 과세 대상 토지도 약 2126㎢(여의도의 약 700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보다 실행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기업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담보 기반이 흔들릴 경우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중국 사례 모두 정부가 부동산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보고 강하게 규제한 뒤 금융 리스크로 번진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 역시 규제 속도와 범위를 잘못 설정할 경우 담보 기반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