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유관기관 공동 마련…오는 7월부터 시행
-
- ▲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 제도개선에 나선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과도하게 단기차익 위주로 운용되고 진입에 비해 퇴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자본시장의 효율적 기능과 신뢰를 저하하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들의 의무 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상장폐지 제도의 요건 강화·절차 효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제도개선방안을 내놨다.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21일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본시장 밸류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IPO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됐다. 제도개선 방안들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기관투자자 의무 보유 확약 확대…‘단타’ 방지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77개 IPO 종목 중 74개(약 96%)에서 기관투자자가 상장일에 ‘순매도’를 기록했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가 상장 직후 배정받은 공모주를 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정부는 이러한 단기차익 투자로 인해 수요예측 과열·적정 공모가 산정 저해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새내기주가 상장일에 급등한 후 지속 하락하는 등 주가지수에도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의무 보유 확약 우선 배정 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가점을 확대키로 했다. 원활한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는 우선 배정 비중을 30%로, 내년부터 40%로 적용한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는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취득(상한금액 30억원)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의무 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최대 3개월(5점)에서 6개월(7점)로 확대한다.정책 펀드의 의무 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현재 정책 펀드인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공모 물량의 5~25% 별도 배정 혜택이 제공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최소 의무 보유 확약(15일 이상)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 배정 혜택을 부여한다.의무 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 차원의 제재도 강화한다. 수요예측 참여 제한이 제재 원칙으로 규정되돼 있지만, 그간 폭넓은 사유로 제재금 갈음, 면제 등이 이뤄져 왔다. 앞으로는 수요예측 참여 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기준도 명확히 계량화해 엄격히 적용한다.이와 함께 수요예측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수요예측 참여 자격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가치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참여 자격을 강화한다. 기존 고유재산 참여시에만 존재하던 등록 기간·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다만, 3개월 이상 의무 보유 확약 시 강화된 요건적용을 면제하고 기존에 조성된 펀드·일임계약의 경우 2025년 말까지 적용을 유예한다. 이번 제도개선 이후에도 참여 과열 현상의 완화 여부를 평가해 필요시 총위탁재산 기준의 상향조정 등 추가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다.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한다. 재간접 구조에서 피투자펀드 출자금은 주금납입 능력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예외적으로 피투자펀드가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음을 소명하는 경우에만 제외하지 않는다.아울러 금융당국은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는 제도다. 사전 수요예측은 공모가 밴드 설정 단계부터 시장의 평가를 고려할 수 있어 합리적 공모가 산정에 기여한다.주관사의 공모주 내부 배정기준을 구체화한다. 의무 보유 확약 우선 배정 방법, 그룹(Tier)설정 및 그룹별 할당 기준, 가중치 부여 기준 등 필수적인 요소들을 포함할 예정이다.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 보유도 강화한다. 현재 코스닥 시장의 경우 완화된 상장요건 등을 고려해 주관사가 상장 예비 심사 신청 6개월 이내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가격 괴리율(공모가~사전취득가)에 따라 의무 보유를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기준이 되는 가격 괴리율은 축소(50%→30%)하고 최소 의무보유 기간도 확대(1개월→3개월)한다.◇상장폐지 요건 강화·절차 효율화…투자자 보호도 보완또한 정부와 유관기관은 저성과 기업의 효율적인 퇴출을 통해 증시 전반의 밸류업에 기여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은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퇴출 확대로 인한 투자자 보호 이슈를 보완하기 위해 투자자의 거래 계속성·알권리를 제고하기 위한 과제도 포함했다.이를 위해 시가총액, 매출액 요건의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 기존 요건이 과도하게 낮게 설정돼 있어 지난 10년간 두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상장요건 대비 상대적 비율, 주요국 증시와 비교, 시장 간 차이 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 조정한다.다만, 연착륙을 위해 상향 목표치까지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매출액은 시가총액 대비 실제 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년씩 지연 실행한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원·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도입(2027년부터 적용)한다.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최종 상향조정 완료 시 코스피는 62개사(총 788개사 중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총 1530개사 중 약 7%)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게 된다.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도 강화한다. 앞으로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 폐지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한다. 기존 코스닥에만 도입돼 있던 분할 재상장(인적분할 후 신설법인 상장) 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코스피에도 도입한다.상장폐지 심의 단계와 기업에게 부여하는 개선기간을 축소해 상장폐지 사유 발생부터 최종 결정까지의 소요 기간을 축소하는 등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도 나선다.심사 절차 효율화를 위해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절반 수준까지 축소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함과 동시에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한다.또한, 속개 제도를 이용해 개선기간을 추가 부여 하는 등 운영상의 비효율성도 제거하기 위해 개선기간 추가 부여 성격의 속개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1심 심의 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도록 한다.투자자 보호 보완을 위해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한다.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장폐지 주식의 거래기반을 개선한다.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가칭)를 신설하고 동 기업부에서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 6개월 거래 후에는 금융투자협회의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존 K-OTC로 연계 이전해 거래를 이어 나갈 수 있다.상장폐지 심사 중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도 확대한다. 현재는 상장폐지 심사 기간 동안 거래소의 심사 절차와 관련된 공시를 제외하면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 투자자의 알권리 제고 측면에서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시하도록 한다.금융위 관계자는 “IPO 제도개선 방안은 올해 1분기에 협회규정 개정, 2분기 거래소규정 개정 등 필요 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하고 바로 시행 가능한 내용은 오는 4월 1일부터, 내부 시스템 개편이나 투자자 안내 등 준비기간이 필요한 내용은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은 1분기에 거래소세칙 개정, 2분기 거래소규정 개정 등 필요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이며 즉시 시행이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 축소, 형식·실질 병행심사는 1분기 중 거래소 세칙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