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선언에 "보조금 확신"삼성, 현지 투자 축소… 부담 커져SK, 삽도 안 떴는데… 리스크 촉각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20일(현지 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기업들도 셈법 구상에 분주하다. 1기 때보다 강력한 '미국 중심주의'가 실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트럼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동안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21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식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취임사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정면에 앞세우며 미국인들의 주권과 자부심을 되찾고 미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 체제도 다시 도입한다고 강조했다.산업계에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다양한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으로 내다본다.◇ 칩스법 지원 축소 가능성 여전… 트럼프에 먼저 신뢰보낸 TSMC반도체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지난 바이든 행정부 때 추진했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이하 칩스법)'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후보자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칩스법과 특히 해외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온 바 있어 정책 변화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야다.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총 527억 달러 규모의 금전적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바이든 정부가 외국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으로 대거 유치하면서 내세운 카드가 칩스법이었고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도 화답해 현지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칩스법을 통해 미국 생산공장을 확대하는 대표적인 곳이다.다행히 바이든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삼성과 SK, TSMC도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확정지은 상태다. 덕분에 트럼프 2기 정부가 이들 기업들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 자체를 취소할 우려는 덜었다는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지만 앞으로 실제 보조금과 세제 혜택, 대출 등의 인센티브 집행과 실행을 하는 것은 트럼프 임기 내에 대부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 과정에서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평도 나온다.외국 기업들 중에선 가장 큰 대미 투자와 그에 걸맞는 최대 규모 보조금을 받게 된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에 대해 제일 먼저 '신뢰'의 목소리를 냈다.최근 TSMC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TSMC 제조공장 건설이 순조롭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보조금을 계속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다.TSMC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첫 보조금으로 15억 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TSMC는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첨단 반도체 공장 3곳을 신설하는데, 이중 첫번째 공장이 지난해 완공되고 4분기 첫 양산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도 일찌감치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TSMC는 총 66억 달러로 예정된 보조금 중 22.7%를 이미 받은 셈이다. 하지만 아직 짓고 있는 공장들이 많고 대부분 트럼프 임기 동안 이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나머지 80%에 달하는 보조금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같은 외국 반도체 기업이지만 TSMC가 이처럼 벌써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먼저 신뢰를 보내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대해 강력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인 TSMC 같은 기업을 활용하는데 나설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 업황 악화로 투자 줄였는데… "트럼프에 밉보일라" 韓 반도체 노심초사그에 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불안한 메모리업황과 파운드리 사업으로 미국 현지 투자 규모를 예상 대비 축소하고 몸을 낮춘 상황이다.특히 삼성의 경우 미국 테일러에 신공장 건설을 계획했던 시점과는 파운드리업황이나 사업 전략이 크게 달라져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9000억 원)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을 마쳤지만 이는 앞서 발표됐던 보조금 규모보다 26% 가량 줄어든 것으로, 삼성이 투자금 규모를 일부 축소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44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예고했던 삼성은 최종 투자규모를 '370억 달러 이상'으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지난 2022년 착공한 테일러 공장은 이후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최종적으로 가동시점을 지난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삼성도 결국 트럼프 임기 중에 신공장 건설을 이어가고 실제 가동도 트럼프 시대에 하게 되면서 보조금 지급이나 세제 혜택 등을 제대로 마무리 지으려면 트럼프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미국에 처음 진출하는 SK하이닉스는 아직 첫 삽을 뜨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 규모를 확정지었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들여 AI(인공지능)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시설을 건설하고 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